[권혜림기자] 사와지리 에리카는 일본의 숱한 청춘 스타들 사이에서도 인형같은 외모에 출중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청순한 외모와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던 드라마 '1리터의 눈물'로는 한국 팬들의 시선까지 한 눈에 사로잡았다.
그가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영화 '헬터 스켈터'의 오는 5월2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내한했다. 사와지리 에리카가 연기한 인물은 무려 손톱과 귀, 안구를 제외한 전신이 성형으로 만들어진 톱 모델 리리코다. 리리코는 겉보기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지만 아름다움을 향한 멈출 수 없는 욕망, 치명적인 과거가 알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매 순간 불안에 떠는 인물이다. 리리코는 급기야 약물로 불안을 떨치려 하지만 환각에 시달리며 내리막길을 걷는다.
극단성에 차이는 있지만, 리리코를 연기한 배우 사와지리 에리카의 삶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그에겐 숱한 논란이 따라다녔다. 공식 석상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며 구설에 오르는가 하면 결혼 관련 이슈와 대마초 사건에도 휘말려 연기 활동에 공백기를 가졌다.
1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사와지리 에리카가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그는 본인과 닮은 면이 적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물론, 영화 속 소재에 대한 자신의 소신까지 덤덤하게 풀어놨다.
사와지리는 자신의 경험과 극 중 리리코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내가 살면서 겪은 힘들었던 일들이 리리코를 연기하는 데 반영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전라 노출을 시도하는 등 전작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것에 대해선 "이 역을 해내며 한 계단 올라 선 듯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이제까지처럼 청순하고 순하지 않은, 센 역을 해 냈다는 것은 배우로서 제게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톱스타의 인기를 누린 그의 입에서 "오래 이 일을 해 왔지만 내가 연예인이나 스타라는 의식은 거의 없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하 일문 일답
-'헬터 스켈터' 일본 개봉 당시 평단에서 호응을 보냈다.
"한국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에 기뻤다. 한국의 팬들도 그렇고 다른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 주셨으면 한다. 이 영화를 1명이라도 더 즐기셨으면 한다. 한국 분들의 관심이 기대가 된다."
-니나가와 감독은 전작 '사쿠란'에서 강렬한 색채를 보여줬다. 반면 사와지리 에리카는 드라마 '1리터의 눈물'로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줘왔는데 서로 호흡을 맞췄다.
"잡지 일을 할 때부터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 사진 작가인 감독의 팬이다. 전혀 다른 제 모습을 찍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이면서 재능이 뛰어난 크리에이터이니 그런 분이 찍는다면 해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 새로운 도전이라 참여하게 됐다.
-아름다움을 향한 그릇된 욕망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본인의 생각이 중요하다.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본인에게 만족하는 사람만이 멋지게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멋지게 보이려고 억지 웃음을 짓는 것은 멋지지 않다.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겠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바라보고 긍정할 때 아름다움이 생긴다. 내 마음에 드는 나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형을 해서 원하는 외모를 얻는다면 그섯도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갖게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청순했던 전작 '1리터의 눈물'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됐다.
"리리코라는 역을 만난 것에는 매우 감사했다. 감독에게도 감사하다. 이 작품을 우리 둘이 함께 만들 수 있었던 것,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기쁘고 고맙다. 리리코 역은 아주 큰 경험을 하게 해 줬다. 그간 못 해 봤던 연기도 많았다. 리리코를 연기한 내 모습을 보면서 부족하다 느끼기도 했다. 이 역을 해내며 한 계단 올라 섰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리리코라는 역은 이제까지처럼 청순하고 순하지 않았다. 센 역을 해 냈다는 것은 배우로서 제게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연기를 소화했다. 강렬한 캐릭터에 대해 감독과 따로 이야기했던 점이 있나.
"많이 몰입해야 했다. 역할 자체가 모델이라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 촬영 전 몸을 준비했다. 아주 예쁜 모습에서 점점 망가지는 모습이 드러나야 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엉망이 된 모습을 그리려 노력했다. 나중엔 살이 빠져서 옷이 커서 못 입었다. 그 옷을 다시 입으려면 안 잠기는데, 스스로도 그렇게 당시 살이 빠지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말랐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해도 살이 쪘다고 느낄 정도로 리리코의 역에 몰입했다."
-(태도 논란과 결혼, 약물 사건 등) 논란 후 공백기를 거쳤다. 극 중 리리코의 불안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나? 극 중 신인 고즈에(미즈하라 키코 분)의 등장에 옥상으로 올라가 '일을 하기 싫다'고 말하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실제로 스스로 오래 이 일은 해 왔지만 내가 연예인이나 스타라는 의식이 거의 없다. 보통 사람과 비슷하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리리코는 남들 앞에선 스타의 품격을 보여주려 한다. 저는 일이 아닐 때 밖에 나갈 땐 사람들이 어떻게 봐도, 좋게 보든 아니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의 신념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마음이 근본이지, 스타냐 아니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일들이 리리코를 연기하는 데 반영됐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인생 속 경험들이 리리코의 일과 비슷하기도 하니 영화 속 연기 곳곳에 영향을 줬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성형 중독이 오랜 논란이 돼 왔고 성상납 문제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헬터 스켈터'에선 리리코가 PD에게 성상납을 하는 장면이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병원을 찾고 나중엔 약물에도 중독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성상납 사건의 경우 가끔 그렇게 위로 올라가는 여배우들도 많다고 한다. 성형의 경우 일본에선 사실을 밝히는 부분에 대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 스스로도 성형 여부 등에 대해 말하지 않을 뿐더라 타인들 역시 알고 있어도 암묵적으로 양해한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리리코의 모습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첫번째 아름다움은 초반부 인위적인,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다.그 뒤에는 망가져 추락하는 모습이다. 가슴 아프고 애절하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기자회견 장면 전 대기실에서 모습이 나오는데, 그 때 맨얼굴에 멍 투성이지만 순수한 리리코의 얼굴이 나온다. 그 모습이 좋았다. 욕실에서 쓰러져 있는 장면 역시 좋았다. 멍투성이지만 그 때의 감각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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