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부산 아이파크 윤성효 감독이 수원 블루윙즈 팬들에게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산의 윤 감독이 왜 부산팬이 아닌 수원팬들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했을까. 지난 2010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수원 감독을 지낸 윤 감독이다. 윤 감독은 수원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실도 만들어냈지만 수원팬들이 좋은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고 조금만 부진해도 기다려주는 대신 비난을 퍼붓는 행태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윤 감독은 2010년 수원에 부임해 그 해 FA컵 우승을 일궈냈다. 수원팬들은 윤 감독이 만들어낸 결실에 환호했다. 그리고 2011년 윤 감독의 수원은 K리그 4위, FA컵 준우승,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등 3개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2년 수원이 부진하자 수원팬들은 윤 감독 비난에 열을 올렸다. 윤 감독이 큰 상처를 받을 만큼 많은 비판과 억측이 난무했다. 결국 윤 감독은 2012년을 끝으로 수원을 떠났다. 그리고 2013시즌을 앞두고 윤 감독은 부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17일 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부산은 수원을 2-1로 격파했다. 수원과 경기를 치르기 전, 그리고 경기를 치르고 난 후, 윤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 듯했다. 수원에는 반드시 이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수원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한 수원팬들의 비난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절실함이었다.
2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만난 윤성효 감독에게 '서울과 수원을 모두 이겼는데 어떤 팀에 승리한 것이 더 기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 감독은 수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작심한 듯 수원팬들을 향한 섭섭했던 마음을 토로했다. 또 수원팬들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했다.
윤 감독은 "수원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수원에 많은 신세를 졌다. 솔직히 말해서 수원 구단하고는 나쁜 감정이 전혀 없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수원전이 끝나고 수원 직원들과 만나 이겨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수원 구단과는 어떤 나쁜 감정도 없다고 털어놨다.
윤 감독이 섭섭한 부분은 수원팬들의 급변하는 반응이었다. 환호에서 비난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윤 감독은 "그런데 수원팬들에게 섭섭하다. 첫 해 FA컵 우승할 때는 잘한다고 하더니 조금 못하니까 비난이 많았다. 지난 시즌에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부산에 와서 수원을 이기는 모습을 수원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수원팬들을 향한 특별한 감정을 전했다.
이어 윤 감독은 '기다림의 미학'을 언급했다. 윤 감독은 "수원팬들은 조금이라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비난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것이 진정한 팬은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이라도 팬들이 조금은 기다려줘야 한다. 어떤 감독이든 잘할 때가 있으면 못할 때도 있다. 누구에게나 힘든 고비는 온다. 서정원 감독도 마찬가지다. 팬들이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며 인내를 강조했다.
윤 감독이 수원팬들에게 전한 '기다림의 미학'. 오직 수원팬들에게만 적용되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최근 K리그 팬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잊었다. 눈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 교체부터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 교체도 잦다. 감독 교체가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위기 극복의 방법일 수 있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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