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누가 넥센의 질주를 막을 것인가. '이제 그치겠지' 했던 연승이 어느덧 6경기로 이어졌다. 24일 목동 두산전에서 넥센은 선발 나이트의 역투와 불펜의 깔끔한 계투, 타선의 파괴력을 앞세워 9-1로 완승했다. 올시즌 프로야구 첫 6연승이다. 시즌 초반 단연 주목할 팀으로 떠올랐다.
◆"연승 뒤 연패는 다른 팀 얘기"
햇살이 화창하게 내리 쬔 목동구장.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넥센 덕아웃은 북적거렸다. 최근 5연승 행진 중인 넥센의 비결을 듣기 위해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예상과 달리 피곤한 표정이었다. 여러가지 질문에 열심히 대답했지만 웬지 모를 중압감을 느끼는 듯했다. 지금의 상승 페이스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은 듯했다. 일부 예민한 질문에는 짜증섞인 반응도 살짝 내비쳤다.
그렇지만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연승 기간 중 후보 선수들을 적시에 투입했다. 선수들에게 무리가 된 건 전혀 없다"며 "연승을 하게 되면 무리를 하게 되고, 연패가 뒤따르기도 하지만 우리와는 무관한 말"이라고 했다. 염 감독의 자신감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날 넥센의 선발은 지난해 최고 투수로 꼽혔던 나이트다. 상대가 만만치 않은 전력의 두산이고, 상대 선발 역시 에이스 중 한 명인 노경은이지만 연승을 6경기로 늘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을 법도 하다. 결과는 그의 희망과 다르지 않았다.
◆투타가 척척
이날 경기 전까지 넥센은 팀득점 5위(90점) 방어율 8위(4.95)에 그쳤다. 그런데 팀순위는 단독 2위(승률 0.667)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거뒀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5연승 기간만 떼어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차례나 9점차 이상으로 승리하는 등 공격과 수비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이기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고, 1승, 2승이 어느새 5연승으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날도 넥센은 투타가 척척 맞물리는 경기력으로 어렵지 않게 완승했다. 나이트와 노경은의 에이스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승부는 경기 중반에 갈렸다. 넥센 타선은 장단 13안타 9득점으로 투수진을 지원했다.
◆'땅볼의 제왕' 나이트
투수 출신인 김진욱 두산 감독은 "나이트는 정말 훌륭한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타자 몸쪽에서 떨어지는 싱커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상황에 맞는 투구를 할줄 안다. 실점 위기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며 감탄했다. 두산으로선 불행하게도 이날 나이트가 그랬다. 평소와 달리 초반 공이 높게 몰리며 다소 흔들렸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주자만 나가면 변했다. 침착하게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특히 3-1로 쫓긴 4회초 투구는 백미였다. 1사1루에서 허경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1사 1,3루로 몰렸다. 2루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나이트는 성급하게 덤벼든 양의지를 공 2개 만에 3루땅볼로 유도했고, 결국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 처리했다. 이날 경기의 모멘텀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을 막아냈다. 선두 정수빈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한 5회에도 이종욱을 2루 땅볼, 손시헌을 유격수 땅볼, 김동주를 3루땅볼로 유도해 수비를 끝냈다.
마치 내야수들이 심심할까봐 타구 방향을 골고루 유도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이날 성적은 6이닝 5안타 3볼넷 1실점. 투구수 101개 가운데 싱커가 77개였다. 시즌 3승째를 챙길 자격이 충분했다. 타선에선 1-0으로 앞선 2회 투런홈런으로 나이트를 지원한 유한준도 돋보였지만 3-1로 불안하게 리드한 5회 우중간 2루타로 2점을 얹어준 박병호의 타격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MVP를 수상한 게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2루타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알 정도" 오른 발목에 뼛조각이 발견된 두산 좌익수 김현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알 정도다. 유독 쑤시는 날은 창문을 열어보면 어김없이 우중충하다"며 웃었다.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프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어요. 다들 묵묵히 참고 있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시즌 뒤 수술을 받게 할 생각"이라며 "아픈데도 책임감이 강해 본인이 계속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지난 2일 잠실 SK전 개막전 당시 9회 2사 뒤 펜스에 발을 대고 뜬공을 잡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그 이후로 통증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능하면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며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아픈 것도 잊게 된다. 못 뛸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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