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우승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유스팀 출신의 선수들이 성장하고 탄탄한 패싱 축구가 익어가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포항의 문제는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모기업 포스코의 재정 악화에 구단도 몸집 줄이기로 동참했다. 설상가상,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공격형 미드필더 황진성은 해외 원정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약점도 있었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꿈을 일찍 접었다. 황 감독은 우승 대신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보도록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2009년 포항의 ACL 우승 당시에는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패싱 축구에 스테보, 데닐손 등 훌륭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선수들로만 한 시즌을 보내기로 해 아무래도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힘들었다.
그래도 황선홍 감독은 포항을 강하게 조련했다. 주전과 후보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전술 소화 능력을 갖추게 해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되도 어색함이 없도록 했다. R리그(2군리그)가 폐지되면서 선수단이 축소돼 선수들의 실력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는 점도 그랬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었다. 지난해에도 포항은 FA컵 우승 후에는 외국인 선수 없이 정규리그 막판을 보내면서도 8경기에서 5승3무의 호성적을 거두고 리그 3위로 마무리했다. 잘만 선수 조합을 맞춰보면 올 시즌도 충분히 해볼 만할 것으로 보였다.
뚜껑을 열자 포항은 국내 정규리그는 순항했다. 5승4무, 승점 19점으로 무패 행진 속에 1위를 내달렸다. 깔끔한 패싱 축구는 교과서 같았다.
하지만, ACL 무대에서는 외국인 선수 없이는 안되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아시아 클럽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몇 년 동안 ACL 정상에 오른 K리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를 갈았다.
포항과 같은 조의 베이징 궈안(중국)의 경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에서 활약했던 프레데렉 카누테를 비롯해 에콰도르 국가대표 게론 등 출중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공격의 무게에서 포항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홈에서 베이징과 0-0으로 비겼던 포항은 원정에서 게론에게 골을 내주며 0-2로 패했다. 외국인 선수 유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경기의 패배로 포항은 탈락 위기에 몰렸고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6차전에서 분요드코르와 1-1로 비기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황 감독은 조별리그를 치러오면서 한 번도 외국인 선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의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공격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자기 최면을 걸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국내파로만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는 포항과 황선홍 감독의 꿈은 조 예선 탈락으로 일찍 무산되고 말았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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