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37.2이닝 24피안타(2루타 4개), 볼넷 12개, 탈삼진 31개, 3실점. 평균자책점 0.72에 WHIP 0.96.
내용만 보면 프로야구 최고 구원투수 중 한 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 어떤 팀의 특급 불펜요원 부럽지 않다. 팀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등판해 철통처럼 틀어막는다. 어떤 야구팀이든 이런 선수가 있으면 든든하다.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다. 다름 아닌 두산의 '신성' 유희관과 오현택이다. 위의 성적은 이들의 올 시즌 성적을 합산한 것이다. 이들의 활약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덩이(pleasant surprise)' 유희관
먼저 유희관. 전통적으로 두산에 귀한 좌완이라는 희소성이 있다. 여기에 다양한 구질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는 제구력도 갖췄다. 시즌 14경기(선발 경기) 17.1이닝에 등판,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56을 기록했다. 130㎞ 초·중반의 느린 직구에도 타자들을 겁없이 잡아낸다.
김진욱 감독은 "공이 느릴 뿐더러 구위도 묵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스트라이크존 코너로 쑤셔넣는 제구력이 일품이다. 스피드에 변화를 줄줄도 안다. 상대 타자들이 만만히 보고 달려들다가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팀에 참 귀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상무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 전에는 살이 많이 찐 편이었는데,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내 공이 느린 편이지만 그래도 나름 묵직하다고 자부한다"며 웃었다.
두산은 유희관에게서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일 잠실 LG전에 깜짝 선발 등판, 5.2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지만 그는 앞으로도 두산의 '허리'를 책임질 예정이다. 김 감독은 "유희관의 가장 큰 강점은 연투능력이다. 투구수 30개만 넘지 않으면 다음날도 충분히 던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몇 경기에도 계속 등판이 가능한 투수"라고 말했다.
◆'소리없는 영웅(unsung hero)' 오현택
유희관이 '복덩이(pleasant surprise)'라면 오현택은 '드러나지 않은 영웅(unsung hero)'다. 사이드암 투수를 유독 잘 키우기로 유명한 두산에서 새롭게 배출된 '옆구리 투수'다. 오현택의 기록은 놀라움 그 자체다. 시즌 11경기 20.1이닝 동안 단 1실점도 기록하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0에 WHIP는 0.74다. 올 시즌 15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그보다 성적이 좋은 투수는 없다.
2008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오현택은 2009∼2010년 29경기에서 합계 1승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눈에 띄는 활약으로 단연 9개 구단에서 가장 주목할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28일 마산 NC전부터는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사실상 두산의 새 마무리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김 감독은 오현택에 대해 "우리 팀에서 가장 기복이 없다. 유희관과 마찬가지로 연투가 가능해 활용도가 무척 높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현택의 가장 큰 강점은 사이드암치고는 뛰어난 삼진 처리 능력이다. 그는 상무 시절 떨어지는 공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무척 공을 들였다. 서클체인지업과 투심 등을 갈고 닦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위기 상황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투구가 가능해졌다. 20.1이닝 동안 탈삼진 17개를 잡은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유희관과 오현택은 이수중, 장충고 선후배다. 프로에는 오현택이 1년 먼저 합류했다. 둘 다 프로 초기 무명의 설움을 겪은 뒤 군대에서 뼈를 깎는 의지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다시 두산에 재합류한 올 시즌 서로 질세라 눈부신 피칭을 연일 펼치고 있다. 이들의 소리 없는 부상에 두산은 시즌 초반 집단 마무리 체제의 혼란을 어느 정도 극복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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