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가 최근 단행한 대형 '빅딜'에 이번주 야구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상현과 진해수(이상 KIA→SK), 송은범과 신승현(이상 SK→KIA)이 지난 6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팬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도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KIA는 유일한 약점이던 불펜을 보강해 확실한 우승후보로 올라섰고, SK는 오른손 거포를 영입해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송은범이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렇듯 손익관계를 따지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상현이 7일 이적 첫 경기부터 4번타자로 출전해 투런홈런 포함 3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곧바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직 트레이드의 손익을 따지기에는 한참 이른 시점이라는 점이다.
각 구단은 매년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모든 트레이드의 목적은 전력보강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 장기적인 팀 구상 등 세부적인 목적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선수와 구단간의 관계가 좋지 않아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때문에 표면적인 선수의 이름값,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 몇 경기 성적만으로 트레이드의 손익을 계산해서는 안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그나마 이번 트레이드는 선수간 포지션이 다를 뿐 이름값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무게추가 쏠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의 사례만 살펴봐도 당장의 평가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알 수 있다. 트레이드된 선수의 성장과 부진, 부상 등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시간이 흐른 뒤 손익계산표가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돌발적인 변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1년 7월31일 있었던 LG와 넥센의 트레이드다. 뒷문 강화를 원하던 LG가 넥센에 박병호와 심수창을 내주고 송신영과 김성현을 받아온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코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트레이드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만 해도 잉여자원을 내주고 필승 불펜 요원과 선발 유망주를 받아온 LG가 크게 남는 장사를 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결국 넥센은 박병호라는 걸출한 '4번타자'를 얻었고, LG는 현재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송신영은 FA로 팀을 떠났고 김성현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2010년 시즌 종료 후 이뤄졌던 넥센과 롯데의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넥센이 고원준을 롯데에 내주고 이정훈, 박정준을 받아온 트레이드였다. 당시 현금 트레이드 의혹이 있었을 정도로 넥센이 일방적으로 밑지는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남는 장사를 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고원준은 2011년 9승을 올린 뒤 지난해 3승7패의 성적에 그쳤다. 올 시즌 역시 뚜렷한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넥센은 이정훈이라는 든든한 불펜 요원을 보유하게 됐고, 박정준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송신영을 복귀시켰다.
넥센과 롯데의 트레이드는 재평가할 것이 또 있다. 2010년 시즌 중 황재균과 김민성, 김수화를 바꾼 2대1 트레이드다. 이 또한 현금 트레이드 의혹이 있었다. 황재균의 성장 가능성, 이름값이 김민성과 김수화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민성 역시 넥센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아 황재균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0년 LG와 SK의 3대4 트레이드는 몇 차례나 평가가 뒤바뀌었다. LG가 윤요섭, 김선규, 박현준을 받는 대신 SK에 최동수, 권용관, 이재영, 안치용을 내준 트레이드였다.
처음에는 즉시 전력감을 얻어낸 SK가 이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SK와 우승경쟁을 벌이던 구단의 감독은 공개적으로 SK를 밀어주는 트레이드라고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박현준이 10승 투수가 된 것을 비롯해 윤요섭, 김선규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유망주를 얻은 LG의 탁월한 선택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박현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유니폼을 벗으면서 평가는 또 달라졌다.
이번 KIA와 SK의 트레이드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송은범이 불펜 필승조로서 KIA의 우승을 이끌지, 김상현이 과거 KIA에서와 마찬가지로 홈런포를 펑펑 쏘아올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송은범과 김상현의 그늘에 가렸지만 신승현, 진해수가 팀 전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당장의 활약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팀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 구단 모두에 '윈-윈'이 되는 것이다. 아직 올 시즌은 물론, 선수들이 현역 생활을 이어갈 시간도 많이 남아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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