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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과 '스톱워치'


도루 성공 갯수보다 상대팀 흔들기에 초점

[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170도루를 기록, 팀 도루 부문 1위에 올랐다. 전임 김시진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당시 주루 및 수비코치를 맡고 있던 염경엽 감독의 합작품이다.

올 시즌부터 넥센 사령탑을 맡은 염 감독은 변함없이 뛰는 야구를 강조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를 적극 주문한다. 그런데 염 감독은 단순히 도루 숫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두진 않았다.

넥센은 8일 현재 31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51도루), 2위 롯데(45도루), 공동 3위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이상 43도루)와 견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갯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루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주루코치 시절부터 항상 스톱워치를 가지고 다닌다. 감독 취임한 후에도 스톱워치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상대 투수의 투구 동작에 걸리는 시간을 체크하고 주자의 스타트 타이밍을 확인하기 위해서일까. 답은 절반만 맞다. 상대 투수의 퀵모션과 투구 동작시 다리를 드는 시간, 견제를 할 때 걸리는 시간 등을 기본적으로 체크한다.

그런데 시간을 체크하는 것은 투수의 동작 뿐만이 아니다. 포수의 송구에 걸리는 시간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염 감독은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될 수도 있고 견제사를 당할 수도 있다"며 "계속된 점검을 통해 그런 부분을 줄여 나가는 게 과제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루를 하는 데는 주자의 발이 빨라야 하는 필요조건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상대 투수의 습관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염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스톱워치를 항상 곁에 두고 있다. 그는 "도루에 성공하면 공격에서 병살타가 나올 확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그리고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효과가 크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서 이제는 팀 전체 상황을 두루 살펴야 하는 위치가 됐다. 그래서 넥센의 주루 플레이와 관련된 세세한 상황은 심재학 코치가 염 감독의 뒤를 이어 담당하고 있다.

염 감독은 "나 때문에 팀 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웃었다. 그는 "주루, 타격, 투수, 작전, 컨디셔닝 등 각자 맡은 부분에선 코치들이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제나 항상 도루를 할 순 없다. 기다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뛰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넥센은 공수주가 조화를 이루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승세의 밑바탕에는 염 감독이 추구하는 이런 세밀한 야구가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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