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K리그의 가장 강력하고도 영향력 있는 트렌드. 바로 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말 그대로 닥치고 공격이다. 전북의 공격력은 가히 K리그 최강을 자랑한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전북이 가지고 있는 닥공이라는 파괴적인 공격력은 아시아 최강으로 손꼽아도 무방할 정도로 그 힘은 대단했다. 무섭게 공격했고 멋지게 골을 넣었다. 이런 닥공은 축구를 넘어 사회적인 트렌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닥공이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리그를 평정한 닥공이지만 지금은 K리그에서도 예전처럼의 강력한 힘은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닥공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지만 속이 비었다. 화끈하게 공격했지만 골이 없었다.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은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렀다. 내용만 따지만 전북의 완승이었다. 가시와는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 전북은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내며 가시와를 줄기차게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가시와의 2-0 승리였다.
전북은 경기를 주도하고 볼점유율도 높았고 슈팅도 많았다. 전북이 지배한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에서 졌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전북 공격의 세밀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북 닥공의 내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시와가 더 효율적인 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슈팅을 23개나 시도했다. 그 중 12개가 유효슈팅이었다. 그런데 골은 0골이다. 반면 가시와는 슈팅을 5개 시도했다. 전북이 무려 가시와보다 4배가 넘는 슈팅을 시도했다. 가시와는 5개의 슈팅 모두 유효슈팅이었다. 그리고 2골을 넣었다. 23개의 슈팅을 시도하고 0골인 전북, 5개의 슈팅에 2골을 넣은 가시와. 승부가 갈린 이유다.
전북은 골문으로 향하는 과정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골 결정력 부족, 마지막 세밀함 부족, 침착함과 집중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나 후반 13분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박희도의 슈팅 실패는 닥공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경기를 보는 팬들도 황당했다. 이렇게 몰아붙이면서도, 23번의 슈팅을 시도했으면서도 1골도 넣지 못한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결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닥공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전북 선수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득점 찬스가 많았는데 그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히 후반에는 더 많은 찬스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 공격이 세밀하지 못했다. 상대는 후반 유효슈팅 1개를 골로 연결했는데 그 장면을 보고 너무나 아쉬웠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며 닥공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파비오 대행은 공격의 세밀함, 닥공의 완성도를 위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수비가 잘 되면 공격은 1골은 넣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겉은 화려해 맛있어 보이지만 정작 속은 텅 비어 먹을 것이 없는, 이것이 닥공의 '현주소'가 아닐까. 빛좋은 개살구다. K리그의 자랑 닥공이 이대로 멈추면 안 된다. 닥공의 개혁과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전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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