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인천시체육회 임영철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한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했다.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을 일찌감치 대비하기 위함이다.
세대교체는 필수다. 그간 한국 여자핸드볼은 베테랑 언니들의 힘으로 이끌어왔다. '우생순'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 매번 눈물과 투혼이 세계 정상권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30대 중반의 노장들이 여자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3년 뒤 올림픽에 대비하려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미룰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임 감독은 23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막한 2013 서울컵 국제여자핸드볼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을 대거 앞세웠다. 18명 중 12명이 25세 이하 선수로 구성됐다. 평균 연령이 23.9세로 지난해 런던 올림픽(26.5세)과 비교해도 한층 젊어졌다.
그 중심에 레프트윙 최수민(23, 서울시청)이 섰다. 최수민은 이날 러시아와의 첫 판에서 9득점을 해내며 한국의 35-31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최수민은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지난 2012년 서울시청에 입단한 뒤 한국체대 재학 시절 뛰던 레프트 백에서 레트트 윙으로 전진했다. 소속팀 임오경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 175cm의 큰 신장에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어 그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지션 이동이었다.
최수민 이전의 대표팀 주전 레프트윙은 장소희(35, SK슈가글라이더즈)였다. 1999년 국가대표에 발탁, 지난해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험이 풍부하지만 신장과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임영철 감독에게는 큰 고민이었다. 힘을 앞세운 속도전을 펼치는 유럽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높이와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임 감독은 핸드볼코리아리그를 치르면서 최수민을 유심히 지켜봤고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표 선발해 국제 경기 경험을 쌓게했다. 최수민은 이번 서울컵 러시아전에서 9득점을 올리며 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수민은 빠른 스피드로 러시아 수비를 뚫으며 진가를 뽐냈다. 수비에서 상대를 몇 번 놓치는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장신과 힘을 앞세운 유럽을 처음 상대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임영철 감독은 최수민에 대해 "신장도 좋고 타점도 높다. 여러가지 장점을 가진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그 포지션이 장소희, 조효비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신의 활약이 얼떨떨했는지 경기 후 취재진이 몰려들자 당황한 최수민은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있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니어 시절 상대했던 유럽팀과 성인팀에서 만난 유럽팀은 확실히 달랐다. 최수민은 "정말 힘이 좋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좀 더 많은 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라며 아직은 배울 것이 많다는 자세를 보였다.
포지션 변경에 대해서는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레프트윙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만의 장점을 드러내고 싶다"라며 폭풍 성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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