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흐트러진 분위기를 정리하고 끌어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얼굴은 하루 만에 더 수척해졌다.
연달아 터진 선수단내 불미스러운 잡음 때문이다. 염 감독이 부임 후 첫 시즌을 맞은 넥센은 잘 굴러갔다. 꼼꼼하고 치밀한 염 감독의 통솔 아래 선수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도 예전과 견줘 줄어들었고 경기마다 끈질긴 모습도 자주 보였다.
달라진 넥센의 모습은 올 시즌 거두고 있는 성적이 말해줬다. 13일 현재 넥센은 32승 1무 20패로 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잘 굴러가던 바퀴에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넥센은 13일 사직구장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로 졌다. 4연패다. 다음 상대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탄 LG 트윈스다.
넥센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LG에게 4승 1패로 우위에 있다. 올해 뿐만 아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모두 넥센은 LG를 괴롭혔다. 팀 성적이 하위권에 있었던 때도 넥센은 LG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천적이 됐다. 팬들은 이런 두 팀의 관계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라이벌전 엘클라시코에 비유해 '엘넥라시코' 또는 '넥엘라시코'라고 부르기도 한다.
평소와 같다면 넥센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LG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넥센은 연패 뿐 아니라 최근 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염 감독은 이번주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를 줄이거나 아니면 넥센이 다시 1위로 복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삼성이 주중 3연전을 쉬는 사이 승수를 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수들의 잇따란 음주사고, 김병현의 퇴장 등으로 넥센 팀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7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LG를 만나는게 껄끄럽다.
단순한 전력만 놓고 보면 두 명의 백업 야수가 전력에서 이탈한 넥센의 현 상황이 크게 염려스럽지는 않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그렇게 여기진 않는다.
염 감독은 "김민우를 대신해 2군에서 올라온 신현철은 강정호의 휴식시간을 보조해줄 자원으로 봤다"며 "(신)현철이가 제몫을 해줄 수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곧 다가올 혹서기를 준비하기 위해 예비 전력을 활용, 주전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던 것.
염 감독은 "정규시즌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김민우를 2군으로 보낸 이유도 체력 보강과 외야수 훈련을 조금 더 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퍼즐 두 조각이 한꺼번에 떨어져나갔다. 염 감독은 "민우와 현철이를 대신할 선수를 찾아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보감독'이지만 염 감독은 6월초까지 선수단을 잘 꾸려왔고 기대 이상의 성적도 내고 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염 감독에겐 진정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LG와 주말 3연전이 더 중요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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