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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김연아, '평화의 여신'으로 거듭났다


새 갈라프로그램 '이매진' 공개, 애절함으로 평화 호소

[이성필기자]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천국이 없다고 상상 해보세요. 해보려고 하면 쉬운 일이에요.)

잔잔한 선율 위에 '평화'를 주제로 한 가슴 찡한 가사가 울려퍼졌다. 그 선율 속에 '피겨 여왕' 김연아(23)의 우아하고 애절한 손짓과 표정, 점프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김연아가 '피겨 여왕'에서 '평화의 여신'으로 거듭났다. 김연아는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3' 첫 날 공연에 나섰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맞춰 오프닝에 등장한 김연아는 명곡 'Look Down(룩 다운)'과 'I dreamed a dream(아이 드림드 어 드림)'에 맞춰 집단 군무로 혁명을 꿈꿨던 젊은이의 열기를 다른 출연진들과 표현했다. 이번 아이스쇼의 주제인 '레 미제라블-꿈꾸어라, 도전하라, 사랑하라'에 맞춰 꿈과 도전, 그리고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

가장 큰 관심은 김연아의 새 갈라프로그램이었다. 1971년 베트남 전쟁 도중 존 레넌이 발표한 '이매진(Imagine)'이 배경음악이었다. 록가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리메이크로 조금은 진중함이 떨어졌지만 메시지가 주는 강렬함 때문에 김연아의 동작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 핵전쟁을 위협하는 북한으로 인해 정세가 불안한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평화를 테마로 선택해 더 주목받았다.

평화를 상징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김연아는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자유를 갈망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 김연아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는 전쟁과 기아로 고생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상처 입은 얼굴들이 하나 둘 지나갔다.

음악이 흐르면서 김연아의 동작은 구체화됐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상상해보라. 모든 사람들이 오늘에 충실해 살아간다는 것을)이라는 가사에서는 더블 악셀로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가사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해 평화로운 삶에 대한 지향점을 부각시켰다.

독보적인 '유나 카멜 스핀'에서는 절로 박수가 나왔다. 속도감 있는 스핀으로도 김연아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음을 확인했다. 'I hope someday you'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원해요. 그러면 세상은 그런 꿈으로 하나가 될 겁니다)에서는 트리플 살코로 다시 한 번 메시지의 상징성을 전했다.

스파이럴과 더블 악셀에서는 가사를 잊게 할 정도로 몰입도 높는 연기를 펼쳤다. 시원한 동작으로 인해 서정적인 리듬이 록 비트로 전환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연기 마지막, 김연아는 두 팔을 뻗은 뒤 가슴에 모았다. 애절한 표정이 절묘하게 섞이면서 신께 평화를 갈망하는 평화 수호자로 거듭나는 듯했다. 연기가 끝나자 1만500명의 관중은 모두 기립박수로 김연아의 평화 호소에 화답했다. 차가운 빙판에서 뜨거운 연기로 모두가 평화를 얻은, 또 평화에 대한 마음을 공유한 김연아의 '이매진'이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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