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오지환(23)은 김재박(59, KBO 경기감독관)-유지현(42, LG 코치)으로 이어지는 'LG 트윈스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크게 부족했지만 올 시즌 공수겸장 유격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사실 오지환은 프로에 입단한 후에야 비로소 전문 유격수로서 자리를 잡았다. 아마추어 때까지는 투수와 1루수로 더 많이 경기에 나섰다. 아직 유격수 수비가 덜 다듬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유격수 오지환'에게 프로에서의 시간은 혹독했다. 2010년부터 팀의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기 시작했지만 2010년(27개)과 2012년(25개) 최다 실책 1위에 오르는 등 항상 수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은 가볍게 때려낼 수 있는 공격력이 부족한 수비 실력에 가릴 정도였다.
오지환이 유지현 코치를 만난 것은 2012년이다. 입단 후부터 같은 팀의 선수와 코치 사이였지만 유 코치가 수비코치를 맡은 것이 2012년이라는 뜻이다. 유 코치는 2012년부터 오지환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일명 '지옥의 펑고' 등 오지환의 수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힘들기는 오지환도 유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최다 실책을 기록한 오지환은 올 시즌 초반 역시 불안한 수비를 보였다. 4월까지 출전한 22경기에서 실책 수가 7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38경기에서는 3개의 실책밖에 없다. 오히려 호수비로 팀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LG의 뜨거운 상승세에는 유격수 포지션의 안정도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오지환의 수비에 안정감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유지현 코치에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유 코치는 오지환이 시즌 초반 수비 실책이 많았던 데 대해 "안 좋은 습관이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 코치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크래식(WBC) 대표팀 수비코치로 팀을 떠나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유 코치는 "대표팀 때문에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해 체크가 안돼 있었다"며 "시범경기 때 지켜보니 안 좋은 습관이 나오더라.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예민할 때라 당장 어떻게 하지는 못했고 시즌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고쳐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 코치가 선택한 방법이 홈 경기 시 평소보다 30분 일찍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수비 훈련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안 좋은 습관들을 수정할 여유가 생겼다. 그 결과 오지환은 5월부터는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어 유 코치는 "훈련을 일찍 시작하는 것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요즘에는 10~15분 정도 일찍 시작한다. 이제는 고치는 것이 아닌 유지하는 차원의 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오지환과 유 코치는 수비 시프트를 통해서 팀 승리를 돕기도 한다.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대표적인 장면이 나왔다. LG가 4-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배영섭의 안타성 타구를 오지환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아웃 카운트를 늘린 것. 만약 이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LG의 연장 끝 8-4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유지현 코치가 오지환의 수비 위치를 3루 쪽으로 한두 걸음 옮기더라"고 설명했다. 오지환이 더블 플레이를 위해 원래 위치였던 2루 베이스 쪽에 치우쳐 있었다면 확실한 안타가 될 타구였다. 유 코치의 시프트와 오지환의 환상적 다이빙 캐치가 위기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오지환은 유 코치와의 훈련을 통해 수비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공은 팔이 아닌 다리로 잡는다'는 것이 유 코치로부터 배운 교훈. 오지환은 "4년 뒤 유지현 코치님과 WBC에 함께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보일 정도로 유 코치를 믿고 따른다. LG의 신-구 유격수가 선수와 코치로 만나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중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