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소속팀에서는 빼어난 활약을 하지만 국가 대표팀에만 가면 이상하게 작아지는 선수들이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에서는 이동국(전북)이 그랬고, 손흥민(레버쿠젠)이 그랬다. 이들은 소속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국가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만 입으면 환한 빛을 내지 못했다. 바로 '붉은 미스터리'다.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을 끝내고 사임한 후 홍명보 감독이 새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새롭게 출범한 홍명보호는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동아시안컵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그 대회에 나설 홍명보호 1기 23명의 태극전사들이 확정됐다.
홍명보호 1기 중에도 '붉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FC서울의 미드필더 하대성이다. 하대성은 서울의 주축 미드필더로서 K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미드필더다. 서울의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K리그에서 펄펄 날던 하대성은 붉은 유니폼만 입으면 그 빛을 잃었다.
하대성이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나 대부분의 '붉은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선수들과 같이 핵심적 이유는 '부담감'이었다. 편안하게 하자고 마음은 먹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자 조급해지고 욕심을 내게 된다. 결국 원하는 대로 자신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홍명보 감독의 부름은 받은 하대성. 이제 더 이상 그런 전철은 밟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더 이상 '붉은 미스터리'는 없다고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대표팀에서도 하대성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약속했다.
13일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가 치러진 광양전용구장에서 만난 하대성. 이 경기는 왼쪽 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하대성의 복귀전이었다. 하대성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서울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하대성은 "대표팀에 가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보여주자는 편한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내심 욕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급해지게 되는 것 같았다"며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이제 과거의 실수는 없다. 대표팀에서도 하대성 그 자체를 보여줘야 한다. 하대성은 "나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보다 내가 가진 것만 보여주자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내 장점, 내가 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다. 홍명보 감독님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적응을 잘 할 것"이라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예고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국가대표 하대성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최 감독은 "서울에서 해왔던 자기만의 능력, 리더십, 경기력을 대표팀 가서도 해내야 한다. 홍명보 감독님이 강조하는 팀 정신이 서울과 비슷하다. 그래서 대성이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편하게 하라고, 긴장하지 말고 부담 가지지 말라고 대성이에게 말했다. 대성이가 반드시 어필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본인 것을 침착하게 잘 한다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K리그 팬들은 하대성의 가치와 영향력이 국가 대표팀에도 이어져 K리그 간판 미드필더의 위용을 뽐내기를 바라고 있다. 하대성이 대표팀에서도 살아난다면 홍명보호의 전력과 경쟁력도 상승될 수밖에 없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도 펄펄 나는 하대성을 상상해 본다. FC서울도, K리그도, 대표팀도 모두 웃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하대성 본인이 가장 환하게 웃을 수 있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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