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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한국 女 축구, 이젠 중국 두렵지 않아


패하기는 했지만 발전된 경기력 보여줘…월드컵 본선도 꿈은 아니야

[이성필기자] 한국과 중국의 축구 관계는 묘하다. 남자는 중국이 한국만 만나면 쩔쩔 매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반면 여자 축구는 한국이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여자축구 세계 정상급 수준의 기량을 보여줬던 중국을 한국이 넘어서는 것은 꿈과 같았다. 역대 전적에서도 2승4무23패로 한국의 절대 열세다.

첫 번째 한국의 승리가 2005년 동아시안컵, 두 번째 승리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한국으로선 어떻게든 중국을 이겨보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한국 여자축구의 성장세가 뚜렸해졌다. 이후 한국은 중국과 1승3무1패(승부차기 패배 포함)로 서서히 격차를 없애가고 있다. 중국이 2011 독일 월드컵에서 일본의 우승을 바라보며 내리막 길을 걸었던 것도 추격하는 입장인 한국에는 호재였다.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EAFF) 동아시안컵 2013' 중국전은 한국이 더 이상 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1-2로 아깝게 패해 다시 1패를 얻기는 했지만 향후 2015 캐나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중국을 다시 만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도 한 수 위인 북한에 1-2로 패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운영 능력은 이전과 달라졌음을 확인시켜줬다. 부상 선수가 많아 선수 선발에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태극낭자들은 90분 내내 놀라운 집중력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현재 중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로 16위인 한국에 비해 한 계단 낮다는 것도 한국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윤덕여 감독은 "순간적인 움직임은 우리가 우위에 있다. 빠른 패스로 중국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겠다"라는 전략을 내놓았다.

윤 감독의 판단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이날 중국전에서 중앙 수비수인 주장 심서연(고양 대교)을 중앙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했다. 그의 옆에는 킥력이 좋고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은 김나래(수원FMC)를 포진시켜 중국 미드필드의 힘을 뺐다.

심서연은 순간적인 공격 가담으로 중국 수비를 흔들었다. 빠른 수비 전환으로 동료들을 돕는 등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이 덕분에 중국 수비 뒷공간이 열렸고 지소연-차연희-전가을이 슈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김나래도 마찬가지, 중국의 거친 몸싸움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뒷공간 장악에 열중했다. 또, 이따금 공격에 가담해 장기인 묵직한 킥력을 보여주며 동점골까지 넣었다. 중국은 어떻게든 김나래의 슈팅을 막기 위해 두세 명의 수비가 따라 붙어야 했다.

이 외에도 각 포지션마다 공격-미드필드-수비의 라인을 지키며 중국을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23년 전 0-10으로 대패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많은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 여자축구다.

조이뉴스24 화성=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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