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홍명보호, 한국형 축구의 틀은 유지했는데…

[이성필기자] 사람이 달라져도 기본 틀은 변함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앞선 1차전 호주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호주와의 1차전에서 나섰던 선발진 중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과 공격형 미드필더 윤일록(FC서울)을 제외한 9명을 모두 다른 선수들를 내세웠다. 철저히 실험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새 얼굴이 대거 들어왔지만 한국의 기본적인 전형은 변하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을 두는 4-2-3-1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전술을 가동했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지체없는 원터치 패스로 빠른 공수전환에 주력했다.

수비력은 여전히 돋보였다. 중앙 수비수 황석호(히로시마)-장현수(FC도쿄)는 홍 감독이 오랜 기간 지도했던 제자들이다. 서로 호흡을 맞춰 본 경험도 있어서 어색함이 없었다. 좌우 풀백 김민우(사간 도스)-이용(울산 현대)은 국가대표 데뷔전이라는 긴장감 때문인지 초반에는 다소 어색함을 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으로의 전개도 비슷했다.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기회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박종우(부산 아이파크)가 공수를 조율하고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상대 수비를 차단하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공격형 미드필더 윤일록은 많이 뛰면서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좌우의 염기훈(경찰 축구단)과 조영철(오미야 아르디자)은 원톱으로 나선 서동현(제주 유나이티드)에게 패스로 마무리를 맡겼다. 전방에서 중국 수비를 압박하며 부담감을 주는데 애썼다.

하지만, 볼이 다소 투박하게 연결되면서 슛 정확도는 떨어졌다. 패스 타이밍도 한 박자 늦다보니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아 수비 뒷공간으로만 흘러갈 뿐 슈팅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특히 원톱 서동현의 경우 부담감이 컸기 때문인지 몸을 날려도 패스된 볼과 닿지 않는 등 안타까운 장면이 이어졌다. 호주전에 나섰던 김동섭(성남 일화)과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선수 조합으로 테스트를 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전체적으로 경기의 역동성은 떨어졌다.

경기를 관전한 신태용 JTBC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확실하게 실험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제 몫들은 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나온 것처럼 보였다. 한국이 못한다기보다 중국이 열심히 뛴 경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