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 현대)만 투입되면 '뻥축구'로 변질되는 미스터리. 천하의 홍명보 감독도 이 미스터리를 풀지 못했다.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에서 이미 검증된 공격수다. 울산 현대의 리그 1위를 이끌고 있고 현재 12골로 K리그 클래식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토종 공격수 중에서는 득점 1위다.
그런데 붉은 유니폼만 입으면 달라진다. 김신욱이 그라운드에 나서면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김신욱의 머리를 향해 공을 찬다. 그래서 김신욱이 투입되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국 축구는 '뻥축구'로 변질됐다.
조직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축구에 김신욱이라는 장신 스트라이커는 세밀한 조직력을 방해하는 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신욱이 등장하면 공격 상황에서 단순히 김신욱 머리를 겨냥한 패스가 대세를 이뤘다. '김식욱 머리 맞히기 게임'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 이유다.
전임 최강희 감독도 이 미스터리를 풀지 못한 채 떠났고 홍명보 감독이 새롭게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지만 김신욱 미스터리는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다. 홍 감독이 김신욱 활용법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 기대했지만 끝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4일 동아시안컵 2차전 중국과의 경기. 전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원톱 서동현은 후반 19분 교체 아웃됐다. 서동현을 대신해 들어온 공격수는 바로 김신욱이었다. 김신욱이 등장하자마자 홍명보호는 뻥축구를 시도했다. 공격 루트는 간단했다. 문전에 있는 김신욱 머리를 향해 짧고 긴 패스를 하는 것이었다. 골키퍼 정성룡조차도 볼을 잡았거나 골킥을 할 때면 김신욱 머리를 향해 공을 찼다.
중국 수비수들은 이 패턴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서동현이 있을 때는 그나마 패스 위주로 공격을 이끌어가는 노력이라도 했으나 김신욱의 등장과 함께 그런 노력조차 감쪽같이 사라졌다. '김신욱 머리 맞히기 게임'이 홍명보호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골 갈증이 풀리지 않자 한국은 김신욱 카드로 선제골을 노렸지만 끝내 1골도 넣지 못했다. 1차전 호주전에 이어 2차전 중국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된 김신욱 카드는 실패했다. 두 경기 모두 0-0 무승부였다. 한국은 안정된 수비력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골도 없었다.
홍 감독은 중국전 후 "특히 골을 못 넣은 것은 앞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8월~10월 즈음에는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빼어난 피지컬과 제공권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골이란 결실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김신욱 미스터리. 천하의 홍 감독도 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조이뉴스24 /화성=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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