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여자 축구대표팀이 무득점 무승중인 남자 축구대표팀에 일본 격파 비법을 알려줬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27일 끝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여자 동아시안컵 2013 일본과 최종전에서 2-1로 이겼다.
모든 면에서 일본에 열세였다. 24번 겨뤄 2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일본은 3위, 한국은 16위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일본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무실점 우승, 2011 독일 월드컵 우승,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 등 화려한 성과를 거뒀다. 라이벌이 될 수 없는 사이였다.
마음이 편했던 일본 사사키 노리오 감독이 "한국전에서 다득점 승리를 노리겠다"라고 할 정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확실히 뒤졌다. 한국이 중국, 북한에 모두 좋은 경기를 하고도 1-2로 패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은 일본을 이겨보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나섰다. 공간 활용이 좋은 일본의 장점을 무력화 시켰다. 한 발 더 뛰며 볼을 잘라 공격 전개를 막았다. 체력적인 열세에 놓였지만 요령을 부리지 않았다. 위험 상황에서는 더욱 빠른 행동으로 동료와 호흡했다. 일본의 공격에는 두세 명이 달라붙어 압박했다. 골 상황을 만들기 위해 세트피스, 역습 등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도 잃지 않았다. 전반 13분 지소연(고베 아이낙)이 넣은 프리킥 선제골은 볼에 대한 집념 때문에 가능했다. 볼 소유가 다소 애매한 상황에서 구마가이 사키(올림피크 리옹)가 발을 높게 올리자 몸을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구마가이의 축구화 스터드가 얼굴에 닿을 수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후반 21분 지소연의 두 번째 골은 '하사' 권하늘(부산 상무)의 의지가 돋보였다. 엔드라인까지 드리블을 한 권하늘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드는 지소연에게 기를 써서 가로지르기를 연결했다. 수비가 볼을 아웃시키기 위해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기어이 가로지르기를 성공했다. 승리에 대한 의지와 군인 정신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여자 대표팀의 투혼은 홍명보호에 교과서다. 홍명보호는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0-0의 결과를 냈다. 3-3(중국), 3-2(호주) 등 다득점 경기를 한 일본과 비교하면 딱한 상황 속에서 라이벌전을 치르게 됐다.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경기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일전이다. 일본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승리보다 과정에 더 신경쓰겠다며 결과에 대해 딱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한국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못 이길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 자케로니 체제에서 한국에 1승2무로 지지 않았다. 2011년 8월 10일는 삿포로의 굴욕이라 불리는 3-0 승리를 거뒀다. 19년 만에 한일전에서 세 골차 승리가 나왔을 정도로 한국에는 충격적인 경기였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정신 무장을 통해 승리를 노려야 한다. 심리전은 홍 감독이 잘 이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에서도 "바셔 버려(부셔 버려)"라는 말 한마디가 이를 상징한다.
홍명보호는 여자 대표팀 윤덕여 감독의 이야기를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윤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고 힘든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투혼을 불살랐다. 주최국의 자존심을 살려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강한 정신 무장과 승부 근성이 모든 것을 초월했다는 뜻이다. 홍명보호의 잠자고 있는 승리욕을 깨울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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