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차 확인한 PSV, 박지성의 '경험' 더욱 절실

[이성필기자] 아무리 경험 많은 선수가 있어도 조직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PSV 에인트호번이 2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3으로 졌다.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PSV는 1,2차전 합계 1-4로 밀란에 밀리며 챔피언스리그 본선행이 좌절됐다. 대신 PSV는 유로파리그 본선에 나선다.

박지성은 1차전에 이어 이날도 오른쪽 날개로 나섰다. 경기 운영 능력은 여전했고 적절히 상대 파울을 유도하는 등 노련미를 보였다. 하지만 동료들과 협력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자신을 마크했던 마티아 데 실리오에게도 가로막히는 등 어려운 경기를 했다.

원정 경기라는 불리함이 컸지만 PSV의 기록상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볼 점유율 55%-45%, 슈팅수 18-14, 유효슈팅도 12-7로 앞섰다. 그러나 선수 구성과 조직력의 수준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밀란은 정확한 타이밍에서 골을 넣었고 PSV는 그렇지 못했다.

공격진의 무게감에서도 밀란이 우세했다. 박지성이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팀 마타브츠, 멤피스 디페이를 이끌었지만 엘 샤라위, 마리오 발로텔리, 케빈-프린스 보아텡으로 구성된 밀란의 역동적인 삼각편대에 밀렸다.

초반부터 PSV의 수비가 흔들리면서 박지성이 수비에 많이 가담한 것도 공격 약화를 유발했다. 풀백부터 불안하니 박지성은 최종 수비 라인까지 내려갔다 복귀해 고립을 면하기 어려웠다. 보기에 따라서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었다.

PSV 선수들이 쉽게 흥분한 것도 박지성을 힘들게 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평균 나이 21.9세의 PSV 선수들은 거친 태클로 경기 흐름을 그르쳤다. 상대와 심리전에 흔들리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박지성은 이에 말려들지 않고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는 등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후반 16분 요제프준과 교체돼 물러났다.

영국 유로스포츠와 이탈리아 데이타스포르트는 박지성에게 양 팀에서 가장 낮은 4.5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기대보다 떨어진 PSV의 경기력에 대한 책임을 베테랑에게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스리그는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지만 PSV는 유로라피그 진출로 유럽클럽대항전 도전은 계속된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48개 팀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조 1, 2위와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3위 팀 등 총 32개 팀이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린다.

맨유 시절이던 2011~2012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위로 유로파리그로 밀려났던 경험이 있는 박지성은 PSV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확인하며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꿈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