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역대 가장 치열한 선두 싸움이 펼쳐지게 생겼다. 양강을 이루던 LG,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4강에 만족할 것으로 보였던 두산, 넥센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5일 현재 순위표를 살펴보면 LG-삼성-두산-넥센 순으로 4강을 형성하고 있다. LG가 삼성에 반경기 차 앞선 불안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두산과 넥센이 따르는 모양새다. 최근 LG가 선두로 치고나간 것을 제외하면 현재의 4강 구도는 오랫동안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삼성이 LG를 반경기 차로 쫓는 것을 비롯해 3위 두산도 2위 삼성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여기에 넥센까지 은근히 가세했다. 넥센과 1위 LG의 승차는 3.5경기에 불과하다. 팀 별로 20경기 안팎을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통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 선두 싸움의 혼전 양상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선두에서 독주하는 팀이 나오거나 두 팀 정도가 경합을 벌이는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두산이 시즌 막판까지 선두 자리를 위협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넥센까지도 선두권을 넘보는 위치에 올라섰다.
LG와 삼성의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LG는 선두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최근 10경기에서 4승6패로 주춤하고 있다. 5일 경기에서는 '꼴찌' 한화에게 1-2로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삼성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4승6패다. 현재 3연패의 늪에 빠진 채로 이틀간 일정이 없어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LG와 삼성이 시끌벅적하게 선두다툼을 하는 사이 두산과 넥센은 조용히 승수를 쌓아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6연승을 달리고 있는 두산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7승3패. 넥센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의 상승세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시즌은 1~4위지의 순위 다툼이 가장 치열했던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4위까지 올라가는 현행 포스트시즌 제도가 도입된 1989년 이후 1위부터 4위까지의 승차가 가장 촘촘했던 해는 1990년이다.
당시 1위부터 4위까지의 승차는 4경기에 불과했다. 4위 삼성과 3위 빙그레(한화 전신)가 2경기, 빙그레와 2위 해태(KIA 전신)가 반경기, 해태와 1위 LG가 1.5경기의 승차를 보였다. 시즌 막판까지 1위는 물론,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려 있는 2위 자리 경쟁까지 무척 치열했던 시즌이었다.
1990년 다음으로는 1996년 1위 해태와 4위 현대의 승차가 4.5경기에 그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로는 한 번도 1~4위의 간격이 그렇게 붙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선두 자리를 노리는 경쟁만 치열한 것이 아니다.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기 위한 티켓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위 SK, 6위 롯데는 나란히 넥센을 4.5경기 차로 추격하며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두 팀 모두 승률이 5할이 넘는다.
일찌감치 순위가 정해지면 시즌 막판 프로야구의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 시즌은 예측불허의 순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경쟁의 당사자들에게는 피곤한 일일테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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