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손해를 감수하고 큰 결정을 했다. 새 잔디를 깔기 위해 잠시 홈구장을 떠난다.
포항은 축구전용구장인 포항 스틸야드의 잔디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을 견디지 못한 잔디가 말라 죽으면서 곳곳이 패이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지난 1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에서 확인한 포항 스틸야드의 그라운드는 빠른 정비가 필요했다. 연습하던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원정팀 부산의 김원동 사장이 "이런 잔디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면 승점 3점을 우리에게 주고 시작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곁에 있던 포항 장성환 사장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직접 다가가 살펴보니 질한 잔디와 패인 곳의 차이가 명확했다.
포항 구단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스플릿 리그에 돌입하는 포항 입장에서는 1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익숙한 홈구장에서 뛰는 것이 유리하다. 스틸야드는 관중의 응원 열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또 그라운드 밖을 나간 볼이 빨리 들어와 패스 중심의 빠른 공격을 전개하는 포항에게 더없이 유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잔디가 발목을 잡았다. 포항의 빠른 패싱 축구에 패인 잔디는 적이다.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난으로 잔디 교체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잔디 한 번 교체에는 4~5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지 않아도 운영자금을 줄이고 올 시즌을 시작한 포항 구단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비용이다.
물론 잔디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잔디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전북 현대의 홈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해 대형 송풍기를 설치해 통풍에 신경을 쓰는 등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을 본 것인지, 전북의 성적도 올라가고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오는 10일 열리는 크로아티아와의 A매치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냈다. 대한축구협회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관리에 많은 점수를 주며 A매치 개최를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은 현재 정규리그 1위에 FA컵 4강에 올라갔다. FA컵의 경우 이기면 홈에서 결승전을 치를 수도 있다. 경기장이 달라진다고 축구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적인 변수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포항은 결국 잔디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력 유지 등을 예로 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가 아닌 내년 이후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고려했다.
포항 구단 측은 "2003년 잔디교체 공사 이후 10년 동안 각종 국내외 대회를 치러내면서 잔디노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어려웠다. 현재 그라운드 환경에서 새로운 잔디를 심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잔디 교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잔디의 전면교체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잔디 생육을 위해서 지금이 적기다. "현재 스틸야드는 부분적인 보수만으로는 최상의 그라운드를 유지 할 수 없는 상태이다. 9~10월이 잔디 생육의 최적온도인 26도의 기온이 유지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중요한 시기이지만 먼 미래를 바라보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 잔디가 뿌리 내리기 쉽지 않음을 알고 시즌 중 잔디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포항의 남은 홈 6경기는 포항종합운동장에 서 열리는 것이 유력하다. 스틸야드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추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경기장 실사 및 승인 절차를 거친 후 경기장 이전이 확정되기 전까지 종합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 시설을 긴급 보수하는 한편 추가적인 설비보완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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