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모두의 예상을 당당히 비웃었다.
올 시즌이 시작되면서 포항이 우승권에서 다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다. 이유는 외국인 선수가 단 1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항은 올 시즌 구단 사정상 외국인 선수를 1명도 수혈하지 않은 채 국내 선수로만 팀을 꾸려 리그를 치렀다. 그래서 황선홍 포항 감독에게는 '황선대원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경기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리그를 치를수록 국내 선수의 체력적 부담감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포항은 언젠가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한계를 언젠가는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포항은 보란 듯이 이런 예상을 비웃었다. 포항에 외국인 선수 부재의 한계는 없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1위로 스플릿 상위 시스템에 진출했고, 상위 스플릿이 시작된 후에도 포항은 리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현재 승점 52점으로 당당한 1위다.
그리고 FA컵에서도 포항의 저력은 빛났다.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기에 FA컵에서는 체력적인 부담감을 피할 수 없었다. 다른 팀과 달리 리그, FA컵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포항은 리그와 FA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가고 있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포항은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A컵 4강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4골 폭죽을 터뜨리며 4-2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FA컵 '디펜딩 챔피언' 포항은 2년 연속 FA컵 결승에 오르며 부산-전북전 승자와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포항이 올 시즌 FA컵에서 우승한다면 FA컵 최초로 4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최다 우승 클럽으로 등극한다. 또 전남과 수원에 이어 세 번째로 2년 연속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팀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리그 1위 질주, FA컵에서도 결승에 오른 포항. '더블 우승'이 가시화됐다. 포항은 리그 우승과 함께 FA컵 우승이라는 결실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앞에 섰다.
외국인 선수는 없지만 1년 내내 국내 선수들끼리 맞춰온 조직력은 외국인 선수들이 포진한 타 팀을 압도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없기에 포항 선수단의 투지와 투혼은 더욱 큰 빛을 내고 있다. 황선대원군의 '마법'이다.
더블 우승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포항.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그 누구도 포항이 어려운 시즌을 보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됐다. 그만큼 포항은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강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선대원군 마법의 힘은 그만큼 크고 넓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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