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의 두 에이스 노경은과 니퍼트가 '설욕의 가을'을 앞두고 있다. 두산 마운드의 '양대 축'인 이들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지우고 싶을 만큼 큰 악몽에 시달렸다. 정규 시즌 내내 빈틈 없는 피칭으로 승승장구하던 기억도 잠시. 가장 중요한 '가을 무대'에서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로 겨울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치 두산이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떨어진 게 자신들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졌다.
노경은의 경우 아쉬움이 누구보다 컸다. 지난해 정규시즌 초반 붙박이 선발투수로 전환한 뒤 리그 최상급 우완 투수로 우뚝 섰던 그다. 42경기 146이닝 동안 12승6패 평균자책점 2.53에 탈삼진 133개를 기록하며 상대 타선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그는 정규시즌의 위력을 재현했다. 최고구속 150㎞에 이르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앞세워 롯데 타선을 농락했다. 6.1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상대 타자들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믿었던 불펜이 무너지면서 두산은 허망하게 1-2 역전패했고, 첫 2경기를 힘없이 내준 두산은 결국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감해야 했다. 노경은의 가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는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내가 1점도 주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텐데 고비를 넘지 못해 안타깝고 면목이 없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올 시즌 노경은은 수준급 선발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28경기 동안 개인 최다인 170이닝을 소화하며 10승9패 평균자책점 3.70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완벽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위력이 반감된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대 타선의 분석이 더욱 정교해진 데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도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만 탈삼진 146개에서 알 수 있듯 고비마다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은 여전하다.
반드시 잡아야 했던 전날 잠실 롯데전서 패한 두산은 이제 본격적인 포스트시즌 준비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잔여 게임이 5경기이고, 2위 LG에 3경기차 뒤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관문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은 결국 선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1차전 또는 2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노경은의 어깨도 한 번 더 무거워지게 됐다.
니퍼트 역시 이번 포스트시즌이 남다르긴 마찬가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불펜 난조로 시리즈를 내준 기억이 있다. 1승2패로 뒤진 4차전에는 경기 후반 구원 투수로 급히 투입되기도 했지만 아웃 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 4개를 얻어맞고 3실점, 패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첫 '가을 잔치'를 허망하게 끝내게 된 원인이었다.
올 시즌 니퍼트는 이런 저런 부상으로 팀에 대한 기여가 크지 않았다. 목 통증과 등 근육통 등으로 17경기(111이닝) 등판에 그쳤다. 특히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7월23일부터 두달간 1군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선수단은 물론 본인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은 니퍼트에게도 무척 중요하다. 특히 어려웠던 순간에도 그를 아껴야 한다며 끝까지 기다려준 선수단을 위해서도 가을 무대에서는 두산의 '버팀목'이 돼줄 필요가 있다.
다시 찾아온 '가을 야구'. 2년 연속 '가을 무대'를 앞둔 노경은과 니퍼트가 큰 경기에서 확실하게 이름값을 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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