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가을야구는 나가지만…' LG 트윈스가 시즌 막판 흔들리고 있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지만 정규시즌 마무리 시점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LG는 최근 치른 7경기에서 2승 5패로 성적이 좋지 않다. 치열한 순위경쟁에 따른 선수들의 피로도 상승과 부담이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원정경기에서 LG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려있는 2위 자리 확보에 1승의 의미는 컸다. 그러나 LG는 연장 접전 끝에 3-4로 아쉽게 졌다.
LG는 2위 확정에 매직넘버가 적용되지 않는다. 3위 넥센 히어로즈가 LG와 견줘 남은 경기 수가 많기 때문이다. LG는 2일과 3일 한화 이글스전에 이어 5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가 남아있고, 넥센은 한 경기 더 많은 4경기를 더 치른다. 양 팀의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마지막에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1일 경기 패배는 실책 하나가 빌미가 됐다. 3-2로 LG가 앞서고 있던 8회말 롯데 공격에서 일이 벌어졌다. 1사 1, 2루에서 투수 이동현은 대타 조성환의 타구를 잡아 병상을 노리고 2루로 송구했다. 그런데 원바운드 송구가 되면서 공이 뒤로 빠졌다. 이 실책으로 2루 대주자 임종혁이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와 3-3 동점이 되면서 LG는 경기 후반 분위기를 롯데에게 내줬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이날 동점 상황인 9회부터 등판해 1.2이닝 동안 37구를 던지며 패전 투수가 된 부분도 다음 경기를 생각하면 LG에게는 적잖은 손해다.
LG 김기태 감독도 고민이 늘었다. 그는 "선수들이 더 잘 하려고 하다 보니 경기 도중 실수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최근 선수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고개를 숙이지 마라'다.
김 감독은 "2위가 되든 3위가 되든 순위에는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며 "지금까지 선수들은 정말 잘 해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목표로 삼았던 가을야구 진출도 달성했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자고 강조한다"고 얘기했다.
자칫 분위기가 처진다면 정작 포스트시즌에서 '가을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걱정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다. 지난 2005년 시즌 내내 2위를 달리던 SK 와이번스는 막판 LG에게 2연패를 당하면서 최종 3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아깝게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친 SK는 힘이 빠졌다.
SK는 당시 3전 2선승제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만나 2승 3패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김기태 감독도 당시 SK 유니폼을 입고 한화와 준플레이오프에 참가했기 때문에 그 기억이 남아있다. 선수생활 마지막 해였던 그는 대타로 3경기에 나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후배들을 다독이며 벤치에서 맏형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더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며 "안스럽다. 자책하지 말고 포스트시즌 준비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LG 선수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은 부담을 떨쳐내는 것이고, 팬들의 격려와 변함없는 응원도 절실하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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