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이 열린 8일 목동구장.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덕아웃은 취재열기로 가득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은 염 감독을 중심으로 진을 쳤다. 덕아웃 한쪽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 한 사람이 있었다. 넥센 홍보팀 김기영 팀장이었다.
김 팀장은 넥센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프런트에서 근무했다. 그는 현대 구단에서 일하며 가을이 되면 늘 바빴다. 현대는 1996년 창단 이후 포스트시즌에 빠지지 않고 나서는 단골손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그 해 현대는 4강에 들지 못했다. 설상가상 모기업의 지원중단으로 팀 살림이 빠듯해졌다.
결국 현대 구단은 해체 수순을 밟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 히어로즈가 창단됐다. 현대왕조를 이끌었던 일부 주축선수들이 빠져나갔고, 팀 승리에 함께 울고 웃었던 프런트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현대 소속 선수들은 대부분 남아 히어로즈로 유니폼으로 바꿔입었다. 김기영 팀장도 이들과 함께 했다. 그는 히어로즈의 탄생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프런트 업무를 계속했다.
전신 현대처럼 영광의 시대는 아니었다. 배경이 되는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만년 하위팀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늘 붙었다. 4강은 언감생심, 바닥권 성적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 목표가 됐다. 구단 초기에는 메인스폰서가 중도에 계약을 포기하는 등 안팎이 뒤숭숭했지만 선수들은 묵묵히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렸다. 프런트 역시 마찬가지로 조용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히어로즈는 2011년 넥센타이어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넥센은 지난해부터 가능성을 엿보였다.
김시진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이 이끌던 넥센은 지난 시즌 전반기 돌풍의 중심이 됐다. 8연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1위 자리에도 올랐다. 팀 창단 후 첫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 들자 거짓말처럼 기세가 꺾였다. 결국 최종 성적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넥센 구단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자 결단을 내렸다. 시즌 후반 김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당시 김성갑 수석코치(현 2군 감독)를 대행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주루 및 3루코치를 맡고 있던 염경엽 감독을 팀의 새로운 수장에 앉혔다.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초보사령탑인 염 감독은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 사령탑 데뷔 시즌에 선수들과 함께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김 팀장은 "7년 만에 다시 느끼는 기분"이라며 "왜 이제서야 가을야구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대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 지난 2006년 한화 이글스와 치른 플레이오프였다.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넥센은 9회말 터진 주장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로 두산에게 4-3으로 극적으로 이겼다. 팀 창단 후 포스트시즌 첫 승이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항상 조용하던 목동구장 그라운드에는 승리를 축하하는 홈팬들의 함성과 넥센 선수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이번 시리즈를 보다 여유있게 끌고갈 수 있게 됐다.
2차전을 앞두고 있는 김 팀장은 선수들에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 바로 2차전 승리다. 김 팀장은 "현대 때부터 이상하게 포스트시즌 2차전 승률이 좋지 않았다"면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상관없이 두 번째 경기에서 항상 승부가 꼬이더라"고 돌아봤다. 김 팀장의 마음에 남아 있는 2차전 징크스인 셈이다. 그는 "2연승을 거두고 편하게 3차전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2차전은 1차전과 다르게 한글날 휴일인 관계로 오후 2시부터 낮경기로 열린다. 넥센과 두산 선수들 모두 야간경기로 치러진 1차전 접전에 따른 피로가 남아있다. 경기 집중력을 어느 팀이 더 유지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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