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44) 감독의 브라질 월드컵 로드맵 1단계가 끝났다. 지난 6월말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 감독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지난 15일 말리와의 평가전까지 홍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의 성적은 2승3무3패, 9득점 8실점이다. 아이티와 말리를 상대로 승리를 맛봤다. 기록 자체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많은 과제가 숨어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전술의 틀을 유지하면서 포지션마다 필요한 선수들을 끼워 맞추는데 집중했다. 예상을 깨면서 각 경기마다 과감하게 선수를 바꿔 내보내며 테스트를 했다.
경기별로 성격을 확실히 가져가며 승패에 상관없이 선수 검증에 나섰던 점도 눈에 띈다. 7월 동아시안컵이 특히 그랬다. 국내파 중심으로 선수를 구성해 호주, 중국전에는 전혀 다른 선수 구성으로 경기를 치른 뒤 일본전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선택을 했다.
이후 페루전을 시작으로 아이티, 크로아티아전에서는 국내, 해외파 간 조합에 주력한 뒤 브라질, 말리전에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수 있는 팀 수준에 맞는 맞춤 전술을 택해 대응했다. 경기 내용에 약간의 기복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체적인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은 홍명보호 전술의 중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수비에서는 부상으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지만 홍명보 감독의 황태자 격인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세대교체의 선봉에 섰다.
미드필드에서도 마찬가지, 'SNS 파문'으로 애를 먹였던 기성용(선덜랜드)은 브라질전을 통해 묵직한 귀환을 알렸다. 그동안 테스트를 했던 하대성(FC서울), 박종우(부산 아이파크), 이명주(포항 스틸러스)가 보여주지 못했던 볼 간수와 패싱력으로 중원의 안정감을 가져오는데 힘썼다.
공격을 이끄는 2선 공격수들도 제 몫을 해내며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김보경(카디프시티), 손흥민(레버쿠젠)이 왼쪽 날개에서 묘한 경쟁 구도를 이루는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오른쪽 날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 확실히 주전을 굳혔음을 보여줬다. 이들은 브라질, 말리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원톱 공백이다. 지동원(선덜랜드)이 미덥지 못한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남겨 더욱 고민에 빠져 있다. 박주영(아스널)의 신상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다면 대표팀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말리전에서 이근호(상주 상무)의 광폭 움직임으로 희망을 봤지만 어디까지나 플랜B로 봐야 한다.
브라질, 말리전에 나서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좌우 풀백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이용(울산 현대)이 11월 A매치에서도 동일한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기성용의 파트너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수비력 뿐만 아니라 전방을 주시하며 빌드업을 해주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말리전이 사실상 내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체제로의 시작점이라며 조직력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길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수비 조직력은 본선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문제는 공격이다. 좀 더 창의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성용-한국영 조합의 수비력이 괜찮았지만 공격시 역할 분담을 좀 더 확실히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현 멤버가 가장 적절한 구성이라고 본다. 물론 새 얼굴 발견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조직력 끌어올리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홍 감독도 자신의 스타일을 잘 이해하는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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