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 2008년 이후 5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의 올 시즌은 드라마로 가득했다.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야구계 안팎에서 적지 않았으나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지난 2001년 이후 12년 만의 정상 등극을 바라보게 됐다.
되돌아보면 이변의 연속이었다.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까지만 해도 두산은 상대팀 넥센에 비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넥센의 중심타선이 워낙 강력한 데다 불펜싸움에서도 두산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전략으로 두산은 맞섰다. 에이스 니퍼트를 불펜투수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쓰면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또 다른 신화를 썼다.
올 시즌 좌완 에이스로 거듭난 유희관이 무섭게 역투했고, 최준석, 이원석 등 타선의 '복병'들이 결정적인 고비마다 펄펄 날았다. 위기가 닥쳤지만 그 때마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맞섰다. 그 결과 적지인 목동에서 열린 시리즈 최종 5차전 연장 13회 접전 끝에 철옹성 같던 넥센 마운드를 무너뜨리고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잠실 라이벌'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 극장'은 아무도 예상못한 시나리오 대로 전개됐다. 고갈된 체력을 무서운 집중력으로 극복하며 '열세'란 관측을 뒤집고 4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것이다.
특히 2승1패로 앞선 상황서 맞선 20일 잠실 4차전은 두산의 승리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5차전까지 가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두산은 이날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으로 결국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2013년 가을의 스타로 거듭난 유희관이 7이닝을 6피안타 1실점으로 쾌투를 펼치자 타선은 적시에 점수를 내며 화답했다. 2회말 2사 1,2루에서 상대 1루수 김용의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올린 두산은 7회초 1점차 리드가 날아가자 7회말 공격서 곧바로 1점을 추가하는 승부욕을 보여줬다.
그리고 승부를 알 수 없던 8회말 대타 최준석의 우월 솔로홈런과 오재일의 중월 3루타에 이은 상대 실책 등으로 3득점,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따라붙으면 도망가고 추격하면 달아나는 힘이 결정적일 때 또 한 번 발휘된 것이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지금 투혼을 발휘 중이다. 몸들이 좋지 않고 체력이 바닥났어도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겠다고 한다. 선수들의 이런 투혼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끝낸 두산은 오는 24일 대구에서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된 지난 8일부터 정신없이 달려온 13일이었다. 오랜만에 달콤한 3일의 휴식일을 맞아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이 있었고, 혀를 끌끌 차게 하는 플레이도 없지 않았다. 선수 기용 면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두산은 오뚝이처럼 일어났고, 결국 프로야구 최고 무대 진출권을 확보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이란 말이 있다. 천방지축 같지만 중요할 때 이겨온 두산은 이번 가을 또 하나의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