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억울한 경기를 꼽는다면?
많은 경기들이 생각나지만 한국 축구팬들은 2006년 6월 23일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은 한국 축구에 '악몽'과 같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출전 역사에서 가장 큰 '논란'이 탄생한 날이기도 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한국 대표팀은 조예선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16강 진출의 희망을 밝혔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G조에 속한 한국은 1차전에서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토고를 상대로 안정환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거두며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
2차전에서 '톱시드' 프랑스를 상대할 때는 모두가 한국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은 앙리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박지성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1승1무, 게다가 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마지막 조예선 3차전. 상대는 스위스였다. 스위스와의 경기가 펼쳐진 날이 악몽으로 기억되는 2006년 6월23일. 장소는 하노버 월드컵 스타디움이었다. 한국은 전반 23분 센데로스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매섭게 몰아붙이며 동점골을 노렸다.
후반 32분, '악몽의 사건'이 터졌다. 스위스의 프라이가 문전에서 공을 잡는 순간 부심은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어 올렸다. 프라이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 선수들은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으니 당연히 오프사이드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주심은 부심의 오프사이드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프라이의 골을 인정했다. 한국 선수들은 반발했다. 부심에게 달려가 깃발을 들지 않았느냐고 항의했지만 모른 척했고, 주심에게도 부심이 깃발을 들었다고 어필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프라이의 골이 인정됐고 한국의 추격 의지에는 찬물이 덮쳤다.
결국 한국은 스위스에 0-2로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6강 티켓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몫이었다. 한국은 멋진 경기를 펼치며 승승장구했지만 스위스전 오심으로 인해 억울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 스위스전 오심은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 팬들은 분노했다. 팬들은 희대의 오심, 최악의 판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치적인 배후가 있다는 음모설도 제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이 한국-스위스전 오심 논란은 세계적인 이슈였다. 외신들은 저마다 오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심으로 한국이 희생양이 됐다는 외신도 있었고, 정당한 판정이었다고 분석하는 매체도 있었다. 그렇게 뜨겁게 달궈진 스위스전 오심 논란은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쉽게 꺼지지 않았다.
이후 7년이 지난 2013년, 한국 대표팀은 스위스 대표팀과 '리턴 매치'를 치른다. 오는 11월15일,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좋지 않은 기억을 안겨준 팀 중 하나를 한국 대표팀이 다시 만나는 것이다. 아직도 스위스전 오심 논란을 기억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스위스전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현재 스위스는 '명장' 오트마 히츠펠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세계적 강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에 올라 2014 브라질월드컵 톱시드를 받았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한국의 경쟁력을 실험하는데 더 없이 좋은 상대다.
또 7년 전 억울함을 맞대결로 해소할 수 있는 찬스다. 7년 전의 악몽을 떨쳐버릴 기회이기도 하다. 승패가 어떻게 되든 두 팀이 논란 없이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두 팀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 한국와 스위스의 진정한 승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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