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평일 낮에 열린 경기에 산만한 종합운동장 분위기는 홈팀 포항 스틸러스도 애를 먹였다.
포항은 3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오후 2시에 경기를 치렀다. 평일 경기는 일반적으로 오후 7~8시에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포항은 기존 홈구장 포항 스틸야드의 잔디가 여름 폭염으로 죽어버리는 바람에 지난 9월 22일 울산 현대전 이후 시즌 잔여 경기를 포항종합운동장으로 옮겨 치르고 있다. 스틸야드의 잔디 전체를 걷어내고 새로 보식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종합운동장 주말 경기는 오후 2시에 배정해 치러도 큰 무리가 없지만, 주중이라도 야간 경기 개최는 불가능하다. 조명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오후 3~4시에 경기를 해도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렵다. 평일 낮 2시 경기를 하는 이유다.
포항은 지난 2003년 5월 리그컵 경기를 스틸야드 잔디 보수로 이곳 종합운동장으로 옮겨 치른 경험이 있다. 1천320명의 관중이 오는데 그쳤다. 2006년에는 건설노조 파업으로 포스코 본사 진입이 불가능해 클럽하우스인 송라구장에서 평일 낮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
어떤 이유건, 이례적인 평일 낮 경기는 선수단의 리듬에 좋을 리가 없고 실제 선수들은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포항이나 인천 선수들 모두 아침 겸 점심을 오전 10시30분께 먹고 12시 30분 전후로 경기장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관중 동원도 힘들었다. 마침 이날 포항 남-울릉 재보궐선거가 열렸지만 임시 공휴일은 아니었다. 포항 구단은 주부, 포스코 오후 근무 교대자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경기 홍보와 마케팅을 했지만 관중몰이는 시원치 않았다.
인천 김봉길 감독은 "현역 시절에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 등으로 인해 조명이 있어도 낮 경기를 했던 기억은 있다. 그렇지만 조명탑이 없어 낮 경기를 한 적은 없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1994년에 완산 푸마(현 전북 현대)와의 경기를 위해 익산 원정 경기를 평일 낮 경기로 치른 경험이 있다"라며 오랜 추억을 꺼냈다.
포항종합운동장의 그라운드는 한국형 잔디라 부드럽지 않다. 또 종합운동장이다보니 스틸야드에 비해 너무나 산만한 분위기였다. 각종 단체들이 종합운동장 시설 곳곳을 대관해 사용 중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에어로빅 교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으로 시끄러웠다.
포항종합운동장 옆에는 형산강이 흐르고 있다. 강바람이 강해 바람을 지배하지 못하면 볼 컨트롤이 어렵다. 드리블도 쉽지 않다. 볼이 터치라인 바깥으로 나가면 볼보이들이 바로 볼을 던져주지 못해 경기 흐름이 툭툭 끊어지곤 했다. 적은 관중수에 응원도 뜨겁지 않았다. 이래저래 포항은 홈팀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웠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전주, 울산 등 원정을 더 좋아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내년 스틸야드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포항은 2천274명의 비교적 준수(?)한 수의 관중들 앞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상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포항이 종합운동장에서 4경기 만에 승리를 맛본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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