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3-14시즌 프로배구 V리그가 시작됐다. 공식 개막전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맞상대였던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경기가 2일 오후 3시부터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체육관에는 삼성화재 팬들에게 낯익은 얼굴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1999년 삼성화재 입단 후 2012-13시즌까지 서브 리시브와 수비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레프트 석진욱이다.
석진욱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한 시즌만 더 함께 하자'는 뜻을 전달했지만 석진욱은 현역 은퇴로 제2의 선택을 했다.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다녔던 지친 몸에게 이제는 휴식시간을 줄 차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석진욱은 선수에서 코치로 변신했다. 오프시즌 동안 남자부 신생팀인 러시앤캐시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화재 그리고 한양대 선배이기도 했던 김세진 감독의 부탁도 있었고 더 늦기 전에 지도자로 자리를 잡자는 판단 때문이었다.
석진욱은 지난 4월 챔피언결정전 이후 7개월 만에 홈코트를 찾았다. 이날 2세트 종료 후 삼성화재에서 공식 은퇴식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석진욱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에게 감사한다"며 "선수시절을 돌이켜 보면 정말 행운이 많았다. 좋은 선후배들 그리고 코칭스태프를 만나 우승도 많이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석진욱의 은퇴식이 진행되는 동안 체육관내 전광판에는 그의 선수시절 영상이 나왔다. 석진욱은 구단에서 마련한 핸드 프린팅 행사까지 마무리했다.
은퇴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석진욱은 "선수생활에 정말 미련이 없기 때문에 눈물이 안나왔다"며 "사실 선수로 더 이상 뛸 수 없는 몸 상태였다. 계속 뛰었다면 지금쯤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석진욱도 눈물을 흘릴 뻔한 장면이 있었다. 그는 "신 감독께서 꽃다발을 전해 줄 때는 울컥했다"고 전했다.
한편, 석진욱은 이날 은퇴식을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새 정장을 장만했다. 그는 "14년 전에 구입했던 정장 한 벌로 지금까지 버텼다"며 "원래 옷 사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정장을 입을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석진욱은 "팀 선수들도 그렇고 주위에서 이번에는 옷을 좀 사라고 해서 구입했다. 은퇴식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석진욱은 "코트에서 빨리 삼성화재와 만나고 싶다"며 "선수들도 그렇고 나 또한 실전을 통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는 오는 10일 오후 2시 홈 코트인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맞대결한다.
조이뉴스24 /대전=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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