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창간 9주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특별 인터뷰 대상자로 LG 이병규를 선정한 것에는 아무런 고민도 필요치 않았다. 이병규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LG를 11년만에 가을잔치 무대에 올려 놓았다. 등번호 '9번' 이병규를 창간 '9년' 조이뉴스24가 만나봤다.
◆아직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 있다
이병규의 올 시즌이 대단했던 또 하나 이유는 그의 나이 때문이었다. 1974년생인 이병규는 올해 한국 나이로 딱 마흔이 됐다. 그럼에도 젊은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최고령 타격왕, 최고령 사이클링히트는 그런 이병규가 만들어낸 의미있는 결과물이었다.
프로 선수들에게 나이는 민감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그만큼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병규는 나이 이야기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다. 일종의 자신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이가 중요한가. 최고령, 불혹,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누군가에게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도 있다. 질 것 같으면 내가 알아서 슬슬 준비를 할 것이다. 누가 판단해주지 않아도 내 몸은 내가 안다. 나 자신을 존중해주면 내가 알아서 한다. 내 실력, 내가 보면 알지 않겠나."
아직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 뿐인 자신감이 아니다. 이미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이병규의 타율은 3할3푼8리-3할-3할4푼8리로 꾸준히 3할대를 유지해왔다. 성적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무서운 타자가 돼가고 있는 분위기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등의 목표는 없다. 그저 한 시즌, 한 시즌을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을 뿐이다. 막연한 자신감도 아니다. 당장 내년 시즌 성적은 이병규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다.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과 같은 성적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도 설마, 타격왕 했는데 잘리기야 하겠나.(웃음)"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병규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최동수(42), 박경완(41)의 은퇴로 야수 중에서는 송지만(40)이 유일하게 이병규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며 느끼는게 있다면 그것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흔까지 뛸 수 있구나. 저 나이에 타격왕도 할 수 있구나, 사이클링히트도 할 수 있구나' 그런 자신감을 갖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이다. 밖에 있는 40대들한테도 희망이 되지 않겠나."
◆도전 200안타!…손아섭과 최다안타 경쟁도 'OK'
기록에도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는 이병규다. 올 시즌 130개의 안타를 추가하며 통산 안타 수가 1천972개가 됐다. 앞으로 28안타를 추가하면 대망의 2천안타를 달성하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3명(양준혁, 장성호, 전준호)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사실 이병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 주니치에서 3년간 뛰었기 때문에 국내 기록에는 공백이 있다. 일본에서의 3년 동안 이병규가 기록한 안타 수는 253개. 한일 통산으로 따지만 이미 2천안타를 넘어섰다.
2천안타 외에도 이병규의 가시권에 들어온 기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양준혁 해설위원이 보유 중인 통산 최다 안타 기록(2천318개)이다. 이병규와의 차이는 346개.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2천500개, 3천개도 치고 싶었다. (기록을 전해 들은 뒤) (양)준혁이 형 기록은 넘어보고 싶다.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야겠다. 2년 반은 걸릴 것 같으니 3년은 더 뛰어야겠다. 3년 계약 해야겠네.(웃음)"
이병규의 도전 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단일 시즌 200안타 기록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병규는 지난 1999년 192안타를 기록하며 아쉽게 200안타 달성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경기 수가 부족해 기록 달성이 어렵다. 126경기, 128경기 하면서 200안타 치려면 매일 2개씩은 쳐야 한다. 그런데 내후년에는 10구단 체제가 되면 경기 수가 늘어날테니까 가능할 것 같다. 200안타도 쳐보고 은퇴해야지. 한 번 해보겠다. 도전해보겠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안타 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병규다. 그렇다면 이병규는 후배들 중 가장 200안타에 가까이 다가 서 있는 선수로 누굴 꼽을까.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이병규는 손아섭(롯데)의 이름을 꺼냈다.
"손아섭은 안타 생산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손아섭도 내후년에는 (200안타를) 칠 수 있을 것 같다. (2년 후 손아섭과 최다안타 경쟁을 벌이면 재밌겠다는 말에) 그것도 한 번 해보겠다."
◆아내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LG는 고마운 팀
이병규는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이병규는 "가정이 화목하려면 안주인이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병규의 말에는 두 아들 승민, 승언 군에 대한 사랑도 듬뿍 묻어났다.
"내가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것이 누구 덕이겠나. 수술 후 재활할 때도 옆에서 힘이 돼 줬고, 말도 안 통하는 일본에 가서 고생도 많이 했다.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결정하는 대로 다 따르는 편이다."
아이들과는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 가끔 경기 종료 후 불꺼진 잠실구장 그라운드에서 두 아들과 공놀이를 해주는 이병규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병규는 두 아들이 야구선수가 되겠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생각도 갖고 있었다.
"아이들이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한 번 시작하면 정말 오랫동안 한다. 그래서 같이 놀아주다 보면 내가 힘들다.(웃음) 만약 야구를 하겠다면 아이들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해줄 것이다. 시즌 중에도 월요일은 항상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한다. 우리 집에는 철칙이 있다. 아침 저녁으로 가족들 다 함께 뽀뽀를 한다. 스킨십을 계속 하고, 보여주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애들한테 말했다.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는 아빠랑 뽀뽀하는 거라고."
소속팀 LG 트윈스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전했다. 이병규는 지난 1997년 LG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한 이후 주니치 시절이던 3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LG를 떠나본 적이 없다. 올 시즌이 벌써 LG에서 보내는 14번째 시즌이었다.
"사회생활을 여기 LG에서 시작했다. 서울 팀 LG에, 그것도 1차 지명을 받고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부모님보다 직원들, 선수들 얼굴을 더 많이 봤다. 가족같은 분위기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LG는 나에게 참 고마운 팀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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