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롯데 자이언츠의 안방마님 강민호(28)다. 국가대표 포수가 FA 시장에 나오자 군침을 흘리는 팀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현 소속팀 롯데 역시 강민호 잔류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강민호는 지난 2004년 롯데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신인이던 2004년 3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지만 이듬해 2005년 104경기를 소화하며 일약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올 시즌까지 롯데의 안방을 지키며 FA 자격 획득에 필요한 9시즌을 채웠다.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에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했다는 것이 강민호의 최대 장점이다. 여기에 최근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포수 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도 강민호의 몸값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강민호에게는 더 없이 유리한 상황이다.
당장 어느 팀에 가더라도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강민호다. 양의지와 최재훈을 보유한 두산, 정상호와 이재원에 조인성까지 안방을 지키고 있는 SK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팀들이 포수 자리 보강을 원하고 있다. 당장 롯데도 강민호가 유출된다면 포수 포지션에 심각한 구멍이 생긴다.
사상 첫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삼성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진갑용은 노쇠 기미를 보이고 있고, 그 자리를 대신할 이지영의 성장은 더딘 편이다. 또한 삼성은 올 시즌 경쟁팀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전력보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삼성은 지난 2004년 박진만과 심정수 이후 한 번도 외부 FA를 영입한 적이 없지만 이번엔 다를 가능성이 높다.
LG 역시 강민호 영입에 나설 것이 유력한 팀 중 하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였던 조인성을 SK로 떠나보낸 이후 주전 포수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올 시즌 윤요섭, 현재윤의 분전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지만 아직 불안감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롯데로서도 절대로 강민호를 타 구단에 빼앗길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주축 선수들이 모두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2011년 종료 후 이대호가 일본 오릭스에 입단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지난해 김주찬이 KIA, 홍성흔이 두산으로 팀을 옮긴 것은 롯데에게 뼈아픈 결과였다. 구단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터라 롯데는 강민호까지 팀을 떠나는 장면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에 따라 강민호의 몸값이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시장 원리다. 역대 FA 최고 몸값은 지난 2004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기며 기록한 4년간 60억원. 강민호는 최소한 심정수의 기록은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올 시즌 보여준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강민호는 올 시즌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5리 11홈런 57타점의 성적에 그쳤다.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포수로서의 활약 외에도 중심타자들의 이탈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공격에서의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과거에도 FA 자격을 얻게 되는 시즌에 부진을 보일 경우 몸값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강민호는 일단 롯데에 남는 것을 최우선 선택지로 삼고 있다. 데뷔 후 줄곧 뛰어왔던 롯데와 부산 팬들에 대한 애착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건만 맞는다면 강민호로서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이적보다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잔류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결국 관건은 롯데가 제시할 금액이다. 롯데가 입맛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강민호도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예상 밖의 큰 금액을 베팅하는 구단이 강민호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 선수의 가치는 결국 돈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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