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2013년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다. 정규리그에서 최종일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을 한 끝에 받아든 최종 성적표는 72승 2무 54패로 3위. 지난 2008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에 구경꾼이 아닌 손님으로 참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두산 베어스(71승 3무 54패)를 만났다. 안방인 목동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신바람을 냈다. 플레이오프행 티켓이 거의 손에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넥센은 거짓말처럼 두산에게 내리 3연패를 당했다. 히어로즈의 '가을 야구' 데뷔 무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비록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쓴맛을 보긴 했지만 넥센의 올 시즌은 결코 실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 시즌 한 계단 더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넥센 중심타선은 건재했다. 서건창이 부상으로 시즌 중반 전력에서 빠지기도 했지만 문우람이라는 새 얼굴이 그 자리를 메웠다. 외국인투수 듀오 브랜든 나이트와 앤드류 밴헤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팀 마운드의 원투펀치 노릇을 했다.
그러나 이 선수가 없었다면 넥센의 시즌 성적표는 어땠을까. 팀이 거둔 72승 중 46승을 확정짓는 순간 마운드에 서 있었던 이가 있다. 바로 마무리투수로 뛴 손승락이 그 주인공이다.
손승락은 올 시즌 57경기에 등판해 46세이브(3승 2패)를 기록했다. 구원부문 전체 1위에 당당히 올랐다. 2위 봉중근(LG 트윈스, 38세이브)과 3위 김성배(롯데 자이언츠, 31세이브)를 멀찍이 따돌렸다.
국내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세이브) 기록에 딱 한 개가 모자랐다. 그만큼 손승락은 올 시즌 클로저로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경상중, 대구고, 영남대를 나온 손승락은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고 2005년 프로선수가 됐다. 처음부터 마무리로 뛴 건 아니다. 입단 첫 해인 2005년부터 경찰청 때까지 선발투수로 뛰었다.
마무리 보직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2010년 당시 팀을 맡고 있던 김시진 감독(현 롯데 감독)은 손승락에게 마무리 자리를 제안했다. 김 감독은 팀 사정상, 그리고 현대에서 투수코치와 감독으로 있으면서 오랜 기간 손승락을 지켜본 결과 마무리투수가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렸다.
손승락은 "감독님이 어느날 얘기를 하자고 하시더니 '마무리로 뛰었으면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마무리 보직을 처음 맡게 될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고 싶은 미련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보직 변경에 대한 예상은 어느 정도 했었다.
손승락은 "갑자기 통보를 받은 셈이지만 '내가 마무리로 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 해 초반부터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무리 첫 해이던 2010시즌 그는 53경기에 나와 2승 3패 1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했다.
팀 성적은 바닥을 쳤지만 손승락은 구원왕 타이틀을 따내며 단번에 마무리로서 가능성을 확인받았다. 구원왕치고는 세이브 수가 적었고, 오승환이 부상으로 4세이브밖에 못거둔 해라는 특이성이 있었지만 손승락의 구원 솜씨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손승락은 2011년 17세이브(4승 2패 2홀드)로 약간 주춤했지만 지난해 3승 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2.15로 한 단계 더 올라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올해 그는 압도적인 세이브 수를 기록하며 또 다시 구원 1위를 차지했다. 시즌 성적만 놓고 본다면 이제 그를 최고 마무리투수로 꼽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손승락은 겸손했다. 그는 "나 혼자서 이룬 세이브는 아니다"라면서 "공격에서는 타자들이 그리고 수비에서는 야수들이 다 함께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이른 감은 있지만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물었다. 손승락은 "구체적인 숫자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그는 "팀이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도움을 주는 게 우선"이라며 "시간이 지났지만 두산과 치른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떠오른다.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만큼 내년에는 꼭 플레이오프, 그리고 더 높은 곳에서 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무리투수에게 동전의 양면처럼 늘 따라 붙는 기록이 있다. 세이브가 좋은 쪽이라면 팀 승리나 리드를 날려버리는 블론세이브는 반대의 경우이자 마무리투수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손승락은 올 시즌 블론세이브를 5차례 가록했다. 오현택(두산) 이민호, 임창민(이상 NC 다이노스)과 함께 공동 3위다.
손승락은 이 부분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마무리를 하는건 나 뿐만 아니라 9개 구단 마무리투수들이 갖고 있는 같은 목표다. 하지만 블론세이브 상황을 피할 순 없다"며 "그 횟수에 신경쓰다 보면 될 것도 안된다"며 웃었다.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 그 상황에 매달리다 보면 다음 등판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또한 손승락은 "투구와 이닝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곤 한다"며 "괜찮다.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오면 더 일찍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데뷔 9시즌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공인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청 시절과 프로 입단 초기 당한 부상 때문에 재활을 하느라 쉬었던 시즌을 따지면 이제 프로 선수로 6시즌을 보낸 셈이다. 앞으로가 창창한 든든한 뒷문지기 손승락이 건재한 이상 넥센의 내년 시즌 전망은 밝을 수밖에 없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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