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삼성 라이온즈에 올 시즌 패권을 내준 두산 베어스는 결코 편안할 수 없는 겨울잠을 앞두고 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교정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주축 선수 상당수가 FA로 풀리는 점도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불굴의 투혼' '쓰러지지 않는 정신력'으로 포장됐지만 사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경기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이 운의 도움을 상당히 받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매끄럽지 않은 경기력에 대한 지적은 포스트시즌 내내 뒤따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두산의 저력이 확인됐지만 한계도 드러낸 포스트시즌"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승리를 눈앞에 두거나 따라 잡을 것 같다가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을 또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정규시즌 동안 지적돼 온 내용이지만 마지막까지 극복하지 못한채 시즌을 끝마쳤다. '중요한 순간 이길 수 있는' 능력이란 표현은 추상적이지만 강팀과 약팀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전력의 차이가 있을 경우 경기 운영 능력과 적시의 선수 투입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 점이 시즌 내내 아쉬웠다는 것이다. 다음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번 더 도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2%를 채우는 게 숙제가 됐다.
'옥석 고르기' 작업도 만만치 않다. 이번 겨울 두산에서 FA로 풀린 선수는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 한국시리즈 기간 주전 유격수, 중견수, 지명타자로 뛴 주축들이다. 이들 모두를 붙잡으면 좋겠지만 구단수 증가로 인한 선수 수급 경쟁이 치열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부동의 1번타자인 이종욱은 선두 타자가 필요한 팀들의 눈독을 받고 있고, 탄탄한 수비가 장점인 손시헌을 눈여겨 보는 구단도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가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최준석의 주가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포스트시즌 6홈런으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운 최준석은 오른손 파워히터가 필요한 구단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선수로 꼽힌다. 이들은 "정이 든 두산에 우선 남고 싶다"고 입을 모으지만 프로 선수의 생리상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이 있을 경우 이적 가능성도 충분하다.
2년마다 열리는 2차 드래프트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롯데에서 주축 불펜 요원으로 성장한 김성배 등 2차 드래프트로 유출된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두산 선수들을 눈여겨보는 구단이 많다. 공들여 키운 선수들 가운데 누구를 보호하고 제외할지 정하는 작업도 큰 숙제 중 하나다.
이밖에 야구단 밖의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두산건설과 함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두산중공업이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결과 당기순이익 158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4조5천515억원)도 전년 대비 5.8%가 감소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이지만 시장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그룹 경영진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다"고 확언을 하고 있고, 오너 일가의 베어스에 대한 애정도 여전해 당장 야구팀에 대한 지원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대구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 박용만 그룹 회장과 박정원 베어스 구단주(두산건설 회장)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단 예산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계열사 지원으로 충당하는 국내 프로야구단의 현실을 감안할 때 씀씀이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저런 불안요소가 있지만 두산은 내년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화수분'으로 표현되는, 선수를 키우는 확실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여년간 큰 변동 없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프런트의 끈끈한 조직력도 다른 구단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다. 2001년 이후 12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한 두산이 우승 도전 시기를 한 해 더 뒤로 미뤘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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