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신청자 명단에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LG 트윈스의 '슈퍼소닉' 이대형(30)이다.
이대형은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 타율 2할3푼7리에 주특기였던 도루도 13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보통 FA를 앞둔 시즌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FA 신청을 이듬해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좋은 성적을 올린 뒤여야 그만큼 좋은 대우로 FA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생팀 KT가 가세하는 내년 시즌 FA 시장에 나서는 것이 선수 입장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전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KT가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 시즌 9구단 NC의 행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대형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당당히 FA를 신청했다. LG 구단에서 FA 협상을 맡은 송구홍 운영팀장 역시 이대형과의 면담에서 "내년에 성적 좀 올려서 신청하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이대형은 송 팀장의 물음에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1년 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나이도 한 살을 더 먹는다. FA는 신청할 수 있을 때 신청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FA 신청을 나중으로 미뤘다가 결국은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더러 있었다.
이대형의 경우 따지고 보면 올 시즌도 FA 시장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한화가 돈보따리를 움켜쥐고 있고, 톱타자감이 필요한 구단도 많다. 이종욱, 정근우가 FA를 선언한 두산, SK도 이들과의 계약이 불발될 경우 이대형을 차선책으로 생각할 여지도 있다. NC는 이번까지는 FA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 없다. 올 시즌 연봉이 8천500만원에 불과한 이대형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카드다.
스스로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한 번 평가 받아보고 싶은 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형은 최근 2년간 부진했을 뿐, 한국 프로야구의 손꼽히는 '대도'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53-63-64-66개의 도루로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정수근(롯데, 은퇴)과 이대형 둘밖에 가지지 못한 기록이다. 또한 이대형은 현역 선수 중에서는 최다 도루 1위(379개)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대형은 그동안 LG에서 도루에 관한 능력을 크게 인정받지 못해왔다. 송 팀장 역시 "(이)대형이가 그동안 도루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할 때도 연봉 인상 폭이 높지 않았던 것.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부분을 감안해야 하지만 매 경기 체력 소모가 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하며 베이스를 훔친 이대형에게는 섭섭한 대우였다.
이대형에게 LG는 프로에 데뷔해 11년을 뛰어온 소중한 팀이다. 당연히 팀에 남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급격한 내리막을 겪은 것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스트레스가 하나의 원인이다. LG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지만 이제는 자신이 마음 편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곳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대형은 출전 기회만 보장된다면 여전히 2할5푼 이상의 타율에 30도루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몸값의 이대형이 그 정도의 활약을 펼쳐준다면 영입한 구단과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 이대형에게는 서로 윈윈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대형은 최근 계속되는 부진에 의욕을 많이 잃고 있었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FA 계약을 통해 의욕적으로 새로운 시즌에 임하면 이대형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다.
LG 역시 이대형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지난 12일 구단과의 1차 면담을 가진 이대형은 14일 2차 면담이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조건이 오가는 진짜 협상이 될 전망. 복잡미묘한 감정의 이대형은 다음 시즌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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