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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오로라공주'와 '응사', 안방극장에 화두를 던지다


[이미영기자] '오로라공주'와 '응답하라 1994'. 요즘 안방극장에서 최고 '핫한' 드라마다.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들이 들끓는다. 물론 두 드라마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온도차는 다르다. '응답하라 1994'엔 뜨겁게 환호하고, '오로라공주'엔 냉담하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보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도 있다. 그러나 화제성을 쫓는다면 이 두 드라마는 단연 '넘사벽'이다. 두 드라마는 각각의 다른 이유로 최고 화제 드라마가 됐다. '오로라공주'는 비상식적인 스토리와 비호감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응답하라 1994'는 공감 스토리와 친근한 캐릭터의 향연으로.

공감과 비공감의 극단에 있는 두 드라마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두 작품이 2013년 드라마계에 화두를 던진 것만은 확실하다. 2014년, 안방극장 드라마들은 어디로 흘러가야 할까.

'오로라공주'는 소위 '막장'이 판치는 안방극장에서 '진격의 막장'을 보여줬다. 드라마 스토리 뿐만 아니라 안팎으로 벌어지는 잡음이 드라마 전개만큼이나 스펙터클하다.

'오로라공주'는 전례 없이 작가 퇴출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 14일 현재 서명에 동참한 네티즌이 2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인과관계 없이 벌어진 일도 아니고, 그저 뿔난 시청자들의 해프닝으로 볼 일도 아니다. 왜 '오로라공주'는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황당하고 괴이한 스토리 전개다. 침대에 누운 남동생을 둘러싸고 불경을 외는 장면, 유체 이탈에 의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연기자, 남동생이 따귀를 맞는 장면을 보고 '함묵증'에 걸린 누나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암세포도 생명인데 죽이면 안 된다"는 엽기적인 대사로 시청자들을 경악케 하고, 드라마 대사를 빌어 연기자를 조롱하고 시청자들을 '무지'한 것으로 만든다. 이쯤되면 남녀 주인공들의 이혼이나 유치찬란 시월드가 귀여운 '막장'으로 보일 정도다. 작품의 완성도를 논할 가치도 없다.

안팎의 잡음도 많다. 연기자들의 뜬금없는 하차 과정이 그렇다. 미국행과 죽음 등 갖가지 이유로 벌써 11명이 하차했다. 일방적인 통보 과정이 많았다. 임성한 작가의 명성과 작품을 믿고 출연한 연기자들이 섭섭하고 화날 법도 하다. 살아남은 연기자들도 '비호감' 캐릭터가 된 탓에 마냥 웃지만은 못한다.

시청자들이 연장 반대 서명부터 작가 퇴출 서명운동에 나선 또다른 이유는 일종의 '권력 횡포'에 대한 반기다. 임성한 작가와 MBC는 '오로라공주'를 120부에서 150부로 연장된 것도 모자라 175부 연장을 논의 중이다. 임성한 작가가 이번 작품으로 50억 가량의 원고 수입료를 챙긴다는 것도 허탈감을 안겼다. 사실인지 아닌지, 임성한 작가와 MBC는 해명 한 줄조차 해주지 않는다.

드라마의 질이나 시청자 의견 따위는 묵살해도 될만큼 시청률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 상황이 심각한 '오로라공주'가 두드러질 뿐 사실 다른 안방극장 드라마들도 별반 다르질 않다.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막장 드라마'들은 넘쳐나고 있다. 시청자들의 서명 운동은 어쩌면, '오로라공주' 뿐만 아니라 이 시대 막장 드라마들에 던지는 '경종'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 또 한 편의 주목할 만한 드라마가 있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는 또다른 이유로 안방극장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막장 소재와는 거리가 멀다. 진부하지도 상투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방송 4주 만에 최고시청률8.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체감 인기는 더 뜨겁다. '응답하라 1994'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응답하라 1994'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비현실적 세계'는 아니다. 1994년을 배경으로 추억을 끄집어내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사랑에 대한 판타지도 조화롭게 버무렸다.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리면서 30, 40대 세대들에겐 '그 땐 그랬었지'라는 추억 회상을, 10, 20대들에겐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대 공감' 드라마다.

캐릭터들도 친근하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따뜻한 경상도 남자 쓰레기(정우 분)와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서울 남자 칠봉이(유연석 분), 스무살의 첫사랑을 시작한 나정(고아라 분) 등은 물론 윤진이(도희 분), 삼천포(김성균 분), 해태(손호준 분) 등 그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각각의 에피소드로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완성되고, 시청자들은 완전히 감정 몰입한다.

안방극장에서 기피하는 '뻔한' 청춘물과도 거리가 멀다. 나정의 남편찾기 등의 물음으로 추리의 재미를 살리고, 반전의 절묘한 버무림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자극적 소재 없는 무공해 드라마지만, 흡입력을 높이는 '장치'들을 곳곳에 마련해 놨다. 오래 전부터 기획된 만큼 작품의 완성도도 높다.

'오로라공주'와 '응답하라 1994'.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에 매달리는 지상파,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로 시청률까지 잡은 케이블채널의 명암은 이렇게 갈렸다. 두 드라마가 던진 의미심장한 화두가 향후 안방극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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