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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깃거리 양산하는 매력적인 윤성효 감독


팬들에게 '세제믿윤'으로 불려, 부산서 의미있는 시즌 보내

[이성필기자] "정말 부산 아이파크가 딱 맞는 모양이다."

부산 아이파크 김원동 사장은 지난해 말 수원 삼성에서 경질된 윤성효 감독을 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부담 덜어주기에 집중했다. 윤 감독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 지지고 볶아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 아니냐"라며 팀 운영의 전권을 부여했다.

윤 감독은 수원시절 프런트와 선수들 눈치보기에 바빴다. 당연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했고 이는 최고의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난으로 연결됐다. 수원을 망쳤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고 팬들로부터는 중도 사임 압력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수원에서 '실패(?)'한 윤 감독이 부산 사령탑을 맡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재미있게도 부산으로 옮긴 올 시즌 윤 감독은 신예 발굴에 집중하며 팀의 틀을 짰고 승점 52점,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7위였던 부산을 한 계단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4위였던 수원이 올해 5위로 내려앉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빛나는 성적이다. 수원이 인천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부산과는 불과 승점 1점 차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윤 감독의 과감한 신예 등용은 성공적이었다.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한 오른쪽 풀백 김창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세운 박준강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30경기에서 한 번도 교체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유스팀 동래고 출신 공격수 이정기도 27경기에 나서 2골2도움을 기록했다. 윤 감독이 패기를 믿고 내세운 선수이 제 몫을 해준 것이다.

부산이 고향인 윤 감독은 짧고 굵게 답하는 것으로 상황을 대변하고는 한다. 시즌 시작 전 만났을 당시 윤 감독은 "일단 지켜 보이소.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더"라며 무뚝뚝하면서도 속깊은 말을 꺼냈다.

윤 감독 특유의 화법은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스라소니'로 불렸던 수원시절 서울만큼은 제대로 이겼던 윤 감독의 능력이 부산에서도 그대로 통하자 '세제믿윤'(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윤성효 감독)이라는 신조어가 부산 축구팬들 사이에 강하게 각인됐다. '세제믿윤'은 수원 시절 상대팀 팬들이 그를 조소한 단어였지만 부산에서는 정반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성효 부적'이 등장할 정도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특급 선수가 없는 부산을 스플릿 그룹A에 올려 놓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짙어졌다.

자연스럽게 윤 감독은 여유를 되찾았다. 상대의 농담에는 진담같은 농담으로 대응하며 이야깃거리를 양산했다. 동래중, 동래고, 연세대 직속 후배인 서울 최용수 감독이 "윤 감독님이 해외 리그에 진출하셨으면 좋겠다"라고 하자 "(최)용수만 믿고 있다. 위약금도 물어야 되니 최 감독이 돈을 많이 받는 팀으로 보내주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재치있게 받아쳤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승리가 없어 헤매던 부산은 흥미롭게도 시즌 막바지 수원과 울산을 잇따라 꺾으며 순위 경쟁을 어지럽혔다. 부산에 0-1로 패한 수원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에서 탈락했고, 울산은 부산에 패하면서 우승 경쟁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부산은 27일 울산에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다음달 1일 열리는 울산-포항의 최종전을 우승 결정전으로 만들어버렸다. 두 팀은 절묘하게 승점 2점 차가 됐다.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힘든 상황을 부산의 울산전 승리로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엮어냈다. 게다가 울산 공격의 핵인 김신욱, 하피냐는 부산전에서 경고를 받아 최종전에 결장하게 됐다. 극적인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부산 관계자가 "포항은 우리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며 농담을 할 정도였다.

윤성효 감독의 여유는 울산전 뒤 더욱 거침없었다. 그는 "울산-포항전은 TV로 즐겁게 관전하겠다"라며 웃었다. 2013시즌 대미 장식의 최고 기획자가 된 뒤 보인 여유였다. 그러면서도 윤 감독의 시선은 이미 내년 시즌으로 옮겨져 있었다.

조이뉴스24 부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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