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김동주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많은 고참들이 떠났지만 그는 남았다. 대대적인 팀 개혁이 진행 중인 두산 베어스에서 김동주는 여전히 두산 소속이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그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김동주는 모두가 인정하는 두산의 '상징'이다. 1998년 두산 입단 뒤 16년간 한 팀에서만 뛰었다. 통산 타율 3할9리 273홈런 1천97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에 관한한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우타자 중 하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겨울 그는 FA로 3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총액 32억원을 받는 특급 대우였다. 하지만 계약기간 2년이 지난 현재 그가 남긴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66경기서 타율 2할9푼1리 2홈런에 그친 그는 올 시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출장경기수가 크게 줄었다. 1군 28경기에서 타율 2할5푼6리를 기록한 뒤 2군에서 시즌 대부분을 보냈다. 사실상 '전력외 선수'로 분류된 것이다.
햄스트링 부상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팀 케미스트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뒷말이 파다했다. 기존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내에서도 신뢰감을 상당히 잃은 상태다.
두산이 대대적인 팀 개혁에 접어든 현재 김동주에게 한 번 더 시선이 쏠린다. 고참들이 빠져나간 상태여서 그의 팀내 입지가 달라질 여지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올 시즌 내내 2군에서 김동주를 지켜본 송일수 신임 감독의 평가는 다소 냉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감독은 "김동주라고 다를 것은 없다.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우선 야구 선수의 몸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의 영화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베테랑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고참에 대한 예우'는 없다는 뜻이다. 경쟁에 앞서 '경쟁을 위한 준비'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욱 전임 감독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김 전 감독은 부임 기간 내내 "동주도 달라져야 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야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을 일관되게 밝혔다.
현실적으로 두산의 내야에 김동주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제한된 상태다. 주 포지션인 3루에는 이원석이란 확실한 대안이 나타난 상태다. 최주환, 허경민 등 대체 자원도 풍부하다. 1루와 지명타자 자리도 포화 상태다. 주장 홍성흔을 비롯해 오재일, 오재원 등이 이미 터를 잡았다. 여기에 두산은 외국인 쿼터 3명 가운데 1명을 장타력을 갖춘 1루수로 고려하고 있다.
나이 든 고참들이 줄줄이 빠져나간 두산에선 결국 실력만이 살 길이다.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기량만 갖췄다면 이런저런 뒷말은 안 나오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력 있는 선수를 안 쓰는 팀은 없기 때문이다.
감독마저 바뀐 격동의 세월, 3년 계약의 끝을 맞는 김동주는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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