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피겨여왕' 김연아(23)에게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실전 감각 유지다.
김연아는 지난 5~8일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해 204.49점(쇼트프로그램 73.37점, 프리스케이팅 131.12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출전자들과의 기량 차이가 워낙 커 순위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러나 과제도 확인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쉬운 더블 악셀 점프에서 몸의 축이 뒤로 기울어지면서 착지하다 빙판을 짚었다. 김연아 스스로는 "방심을 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장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트리플 러츠를 뛴 뒤 넘어지면서 후속 점프를 이어가지 못했다. 또, 스텝 시퀀스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레벨4와 레벨1에 머물렀다.
김연아가 가장 잘하는 요소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실수들은 부상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013~2014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을 준비하던 김연아는 9월 오른발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부상을 당했고 재활에 집중하면서 실전이 부족했다.
부상이 없었다면 10월 캐나다 그랑프리 2차, 11월 프랑스 그랑프리 5차 시리즈에 나선 뒤 12월 5~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으로 올림픽 워밍업을 마칠 수 있었기에 더 아쉬웠다. 그랑프리 파이널에는 동갑내기 경쟁자 아사다 마오(일본) 등 정상급 선수들이 나서 충분히 실전 감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당시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는 2009년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에릭 봉파르와 11월 그랑프리 5차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나선 뒤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을 통해 최종 점검을 마쳤다.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로 올림픽을 한 달 넘게 준비했기 때문에 다른 대회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나설 피겨 여자 싱글은 2월 20~21일로 예정되어 있다. 70여일 정도가 남은 것이다. 준비 기간은 충분하지만 실전 공백이 길어질 우려가 있어 감각을 찾기 위해서라도 대회 출전을 고려해봐야 한다.
김연아가 나설 수 있는 대회는 내년 1월 3~5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제68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와 같은 달 20~2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다.
보통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는 상위 수준 선수들은 불참한다. 올림픽은 내년 2월 7일에 개막하는데 현지 적응이나 컨디션 조절 등을 고려하면 출전 선택이 쉽지 않다. 또, 4대륙선수권에 에너지를 쏟을 경우 이어 열리는 올림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국내 대회인 전국선수권대회는 시기적으로 김연아에게 적당한 대회다. 김연아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실전 분위기를 낼 수 있을 만큼 관중이 많이 몰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경기가 예정된 고양시 어울림누리 빙상장은 2천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실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부족했던 연기를 점검하고 보완하기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또,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할 수 있는 좋은 무대로도 손색이 없다. 새 시즌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국내에서 미리 선보인다는 의미도 있다. 김연아는 올해 1월에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최종 점검을 한 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1위에 올랐다. 충분히 올림픽 2연패를 위한 성공 공식이 될 수 있다.
SBS 방상아 해설위원은 "김연아가 점프나 스텝 등을 보완하면 역대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올림픽 때까지 체력을 100%로 끌어올린다면 실수도 줄일 수 있다"라며 "국내 대회 출전은 적당한 선택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김연아 역시 9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아직 출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연습에서 아무리 잘 해도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라며 종합선수권대회 출전을 시사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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