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케이블 채널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신선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신예 스타들의 발판 역시 넓어졌다. 특히 올해는 나영석 PD를 비롯, CJ E&M으로 거취를 옮긴 지상파 출신 스타 PD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보석들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통통 튀는 기획을 자랑한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덕을 본 건 생짜 신인들 뿐만이 아니었다. tvN '꽃보다 할배'는 수십 년 간 연기 활동을 펼쳐 온 '평균 나이 70세' 노배우들을 유럽에 보낸 것만으로도 이들의 예상치 못한 매력들을 펼쳐보이는 데 성공했다. 이어 방송 중인 '꽃보다 누나' 역시 쟁쟁한 여배우들의 소탈하고 엉뚱한 모습을 공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tvN '응답하라 1994'는 데뷔 11년차, 이렇다할 대표작 없던 꽃미녀 배우 고아라에게 꼭 맞는 옷을 입혔다. 10여 년 무명 생활을 지냈던 정우도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연기엔 생짜 신인이었던 아이돌 타이니지의 민도희 역시 14세 나이 차를 뛰어넘어 김성균과 호흡을 자랑, 인기를 얻고 있다.
중고 신인부터 70대 노배우까지, 케이블에 응답하다
KBS 2TV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신원호 PD는 CJ E&M 이적 후 지난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선보이며 크나큰 존재감을 뿜어냈다. 제작진의 남다른 센스는 향수를 자극하는 설정은 물론 당대를 재현하는 깨알같은 소품들로 빛이 났다. 그에 이어 올해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을 넘어서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서인국에 이어, 속편에서도 신 PD의 캐스팅 감각은 반짝였다. 화려한 미모로 데뷔했지만 이후 큰 히트작이나 대표작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던 고아라를 주연으로 낙점한 것. 수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또렷한 존재감을 얻지 못했던 정우는 그의 상대역이었다.
우려도 있었지만 제작진의 선택은 탁월했다. 두 배우는 기다렸다는듯 쌓아온 내공을 펼쳐보이기 시작했고, 나정(고아라 분)과 쓰레기(정우 분)의 로맨스는 전국 시청자들의 주말 밤을 들썩이게 했다.
그 뿐인가. 출연진들 중 가장 인지도가 낮았던 연기 초보 민도희, '중고 신인' 손호준 역시 제 역할과 꼭 어울리는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B1A4의 바로도 흠잡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지난 2012년 영화 시상식 신인남우상을 싹쓸이한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로 브라운관까지 점령했다. 한 작품이 이렇게나 많은 배우들의 진가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은 일생 다시 안올지 모를 유럽 여행의 기회를 인기로까지 승화시켰다. 할배 4인방은 H4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그야말로 전국민적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단체 CF부터 애니메이션 더빙까지, 노년의 전성기라고도 할 법하다. 인지도와 연기력 모두 쟁쟁한 노배우들이지만 '꽃보다 할배'는 이들이 감추고 있던 소탈하고 다정한 속내를 들춰내며 인기몰이에 힘을 실었다.
얼굴도장 '쾅'…이들을 주목하라
신인 배우 하연수는 올해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의 새 여자친구 효선 역으로 살짝 얼굴을 비췄던 그는 불과 두 달 만에 tvN 뮤직드라마 '몬스타'의 주연으로 낙점됐다. 인형같은 이목구비에 담백한 노래 실력, 신선한 매력까지 갖춘 하연수는 금세 브라운관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tvN '감자별 2013Q3'의 주연으로 연이어 캐스팅됐다.
지난 2007년 드라마 단역으로 데뷔해 2011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강하늘 역시 '몬스타'가 발굴한 보석이다. 뮤지컬로 다져진 발성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은 극 중 그가 연기한 정선우 역을 달달하게 살려냈다. 강하늘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도 어른스럽고 진중한 선배 효신으로 분한 바 있다.
CF 모델로 데뷔한 뒤 곧바로 시트콤 주요 배역으로 연기 도전에 나선 서예지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김병욱 PD의 새 시트콤 tvN '감자별 2013Q3'에서 그는 엉뚱하고 변덕 심한 여성 노민영으로 분해 매력을 발산 중이다. 통통 튀는 연기와 사랑스러운 외모로 남심을 홀리고 있다.
냉면 성애자 존박·말년에 뜬 최종훈
지난 2010년 Mnet '슈퍼스타K 2'의 준우승자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존박은 올해 가수로서 출중한 실력 뿐 아니라 의외의 예능감으로 주목받았다. 이적과 함께 출연한 Mnet '방송의 적'을 통해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어리바리한 모습을 선보인 것. 케이블이 낳고 케이블이 키운 스타라 할 법하다.
리얼리티와 픽션을 뒤섞은 프로그램 '방송의 적'에서 존박은 유행어까지 재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SBS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 속 배우 이연희의 대사 '닌나니뇨'를 읊어 폭소를 자아낸 그는 '냉면성애자'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냉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표현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늦깍이 예능 스타 최종훈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초 군디컬 드라마를 표방한 tvN '푸른거탑'에서 최종훈은 핵심 인물 최병장으로 출연했다. MBC '무한도전'을 통해 개그맨 정준하의 매니저 '최코디'로 알려졌던 그지만 '푸른거탑'에선 누구보다 큰 웃음을 안긴 예능인으로 활약했다.
최종훈은 숱한 유행어를 남기며 프로그램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런 젠장' '대뇌에 전두엽' '말년에 ~라니' 등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대부분 최종훈의 입에서 탄생했을 정도. 톱스타 하나 없던 '푸른거탑'이 높은 체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최종훈의 힘이 컸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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