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올 시즌보다는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롯데 자이언츠 박흥식 타격코치는 올 시즌을 치르면서 김대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대우는 시즌 초반 롯데의 4번타자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에 이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홍성흔마저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기 때문에 롯데는 4번 자리를 맡을 선수가 마땅찮았다. 이런 가운데 훈련 때마다 큼지막한 타구를 펑펑 날린 김대우에게 김시진 감독과 박 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눈길이 간 건 당연했다. 2012년 퓨처스(2군)리그에서 거둔 성적도 기대치를 높게 했다.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이 개막됐다. 김대우는 안타를 자주 쳐내지 못했지만 방망이에 공을 맞히면 타구는 쭉쭉 멀리 뻗어나갔다. 시즌 초반까지 2루타 개수는 팀내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자 상대 투수들은 김대우를 집중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김대우는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유인구에 쉽게 배트가 나갔다.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고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는 일이 잦아졌다.
기대했던 방망이가 터져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수비와 주루도 기량이 부족했다. 김대우는 결국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을 바꾼 지 얼마 안된 것도 있었지만 1군의 벽은 역시 높았다. 김대우는 올 시즌 69경기에 출전, 타율 2할3푼9리 4홈런 27타점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시즌을 마감했다.
김대우는 일본에서 열린 롯데 마무리 훈련에서 외야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첫 해 1루수 미트를 손에 끼었다. 그러나 곧바로 외야로 자리를 옮겼다. 올 시즌 지명타자가 아닌 야수로 뛸 때도 그는 좌익수로 주로 나왔다. 그러나 경기 경험이 부족했고 외야 수비에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가 많았다.
김대우는 "타구 판단 자체가 어려웠다"고 힘들었던 외야 수비 적응을 떠올렸다.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 마무리 캠프에서 보낸 시간 대부분을 수비 훈련에 투자했다. 공필성 수비코치는 김대우를 집중 지도했다. 전체 훈련 일정이 끝나면 김대우는 다시 외야로 나갔다. 공 코치는 김대우의 수비 조련을 위해 계속 펑고를 쳐줬다. 처음에는 공을 뒤로 빠뜨리거나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적응해 나갔다.
김대우는 "이제는 예전처럼 막막하진 않다"며 "훈련 캠프에 가기 전부터 외야 수비 훈련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대우의 가세로 롯데 좌익수 자리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베테랑 이승화를 포함해 김문호, 조홍석까지 경쟁률은 4대1이나 된다.
수비 훈련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김대우는 타격자세도 바꿨다. 2군에 있는 동안 김민호 퓨처스 타격코치와 함께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대우는 "공부를 정말 많이 했고 코치님과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가장 큰 약점으로 드러났던 유인구에 잘 속는 부분부터 개선해야 했다.
김대우는 이를 위해 타격 준비자세를 바꿨다. 그 전까지는 스탠스를 넓게 벌리고 낮은 자세로 공을 기다렸다. 그러다보니 떨어지는 유인구에 쉽게 방망이가 나갔다. 김 코치와 김대우는 이 점에 주목했다. 시선처리에 특히 신경을 썼다. 준비자세도 예전과 달리 더 높였고 스탠스도 좁혔다.
김대우는 바뀐 타격폼을 실전에서 테스트했다. 시즌 막판이던 지난 9월 28일 1군으로 콜업됐을 때부터 타석에서 바뀐 자세를 적용했다. 김대우는 정규시즌 막판 6경기에서 10타수 4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팀 순위가 정해진 상황이라서 상대 투수들의 견제가 심하진 않았지만 자신감을 조금씩 찾는 계기가 됐다.
김대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박 코치가 말한 것처럼 2014시즌에는 '가능성'을 '현실'로 터뜨려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대우는 "자신있다.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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