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체력테스트가 3년째 계속된다. 이대로라면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상 LG의 새해는 체력테스트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공식화될 전망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최근, 내년에도 체력테스트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2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신년하례식이 열리는 날 체력테스트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선수들은 이미 체력테스트를 대비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1군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난 2012년부터 체력테스트를 부활시켰다. 선수들에게 겨울철 휴식기에 자율훈련을 강조하며 스스로 몸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의미였다. 정해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전지훈련 제외라는 강력한 채찍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 체력테스트 첫 해 종목은 100m 단거리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4㎞ 장거리 달리기였다. 탈락자가 나왔다. 당시 팀의 '토종 에이스'로 주목받던 박현준을 비롯해 우규민, 유원상 등이었다. 마운드의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로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면 LG의 시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원칙을 지켰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체력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을 제외한 채 전지훈련을 떠났다. 결국 탈락자들은 2차 테스트를 통과한 뒤 한 달 가량이 지나서야 전지훈련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해 LG는 FA 3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공백 속에서도 전반기까지 선전을 이어갔지만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3년에는 종목이 4㎞ 달리기로 단일화됐다. 체력테스트가 열리는 날 엄청나게 추웠던 날씨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탈락자가 나왔다. 우규민은 2년 연속 탈락을 맛보며 팬들의 비난을 마주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방침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단 두 명이었던 체력테스트 탈락자 우규민과 이동현은 진주에서 몸을 만들고 뒤늦게 전지훈련지에 합류했다.
2013시즌, LG는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어냈다. 오랜 암흑기를 뚫고 지난 2002년 이후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내부적으로 시즌 전 실시한 체력테스트가 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을 내렸다. 선수들 개개인이 시즌 전부터 철저히 몸관리를 했던 것이 정규시즌 2위라는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였다.
사실 김 감독도 2년 연속 주축 선수 중 체력테스트 탈락자가 나오자 살짝 당황했었다. 체력테스트를 이유로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가 시즌 동안 부진할 경우 그 책임이 감독에게 향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위험부담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뚝심을 발휘했다. 전지훈련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여야 훈련의 효과도 있다는 평소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우규민, 이동현이 이를 악물고 2차 테스트를 통과했고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선발, 불펜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사령탑의 신념을 선수들이 잘 따라 성적으로 증명해낸 셈이었다.
결국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김 감독에게 3년째 체력테스트를 실시하는 결정을 내리게 했다. 체력테스트 개최 여부를 고심하던 김 감독은 이번에는 아예 거리를 두 배로 늘려 8㎞ 달리기를 실시할 계획이다. 체력테스트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운동량, 부담도 덩달아 두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뿌린 만큼 거둘 수 있다는 진리를 지난 2년 동안 터득했다.
김 감독이 체력테스트 종목을 장거리 달리기로 정한 이유는 체력 측정 이외에도 하나의 의도가 더 있다. 장거리 달리기가 긴 일정으로 펼쳐지는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닮아 있기 때문. 달리기 도중 찾아오는 고비를 넘길 수 있어야 시즌 중의 고비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2012년에 비해 2013년에는 선수들의 기록도 좋아졌고 탈락자 숫자도 줄었다. 그만큼 LG 선수단에 비시즌 동안 몸관리를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점차 퍼지고 있다는 증거다. 두 번째 체력테스트 후 김 감독은 대체로 만족감을 내비치며 "두 명밖에 탈락하지 않았으니 95점 정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세 번째 체력테스트에서 LG 선수들은 과연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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