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올 시즌 야구팬들의 해외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새벽은 물론 한낮에도 메이저리그 중계에 시선이 꽂혔다. FA 계약을 앞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전 신시내티 레즈)의 맹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대호(소프트뱅크, 전 오릭스)는 올 시즌 일본 대표 4번 타자의 명성을 굳혔다. 한국 프로야구에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까지 섭렵했던 야구 팬들은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2013시즌을 보냈다.
◆류현진, 다저스의 중심에 서다
다저스에 갓 입단한 류현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스프링캠프 때 달리기 훈련에서 하위권에 처지는 바람에 "담배를 끊어야 할 것 같다"는 현지 기사가 나왔다. 불펜 피칭을 생략하는 훈련 스타일도 화제가 됐다. 타격 후 1루로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입성한 첫 한국인 선수.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에는 차갑기만 했다.
이러한 미국 언론의 지적에 류현진은 실력으로 맞섰다.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 중 가장 많은 192이닝을 소화하면서 다저스 선발진의 한 축을 이뤘고,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한국의 에이스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류현진이 증명했다.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을 7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된 것이다. 박찬호도 오르지 못했던 고지를 류현진이 빅리그 진출 첫 해에 밟았다.
류현진을 바라보는 눈빛도 한 시즌만에 확 달라졌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정상급 신인선수였다. 신인이었지만 등판 때마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류현진은 이제 다저스의 3선발로 자리 잡았다"고 호평했다. 류현진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류현진도 자신의 올 시즌 성적에 99점을 매기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100점을 주고 싶었는데 동부 원정 때 시차 적응에 애를 먹은 게 아쉬워 1점을 뺐다"며 "새로운 목표는 없다. 내년에도 10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뛴다"고 말했다.
◆추신수, 亞선수 메이저리그 최고액 계약 '잭팟'
이번 시즌 후 메이저리그 FA 가운데 최대어로 꼽혔던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천만달러(약 1천379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일본인 스즈키 이치로의 5년 9천만달러를 넘어선 역대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중 최고 계약 금액이다. 또 박찬호가 텍사스와 맺었던 5년 6천500만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연봉 대박은 당연했다. 추신수는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 톱타자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의 대기록을 세웠다. 4할2푼3리의 높은 출루율은 내셔널리그 2위,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FA 자격 획득을 앞둔 올 시즌 성적은 154경기에서 타율 2할8푼5리 21홈런 54타점 107득점 112볼넷 20도루 출루율 4할2푼3리 장타율 4할6푼2리였다.
텍사스가 이런 추신수를 거액의 몸값에 영입한 것은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이번 오프시즌서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를 영입해 공격력을 크게 강화했다. 텍사스 지역 언론도 "추신수의 합류는 텍사스 공격력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그의 출루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 텍사스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대호, 오릭스 떠나 소프트뱅크서 우승 갈증 풀까
이대호는 오릭스에서 2년 연속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일본 진출 첫 해였던 지난해 144경기에서 525타수 150안타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 장타율 4할7푼8리를 기록하며 타점 1위, 홈런 공동 2위에 오른 이대호는 올 시즌에도 141경기에서 521타수 158안타 타율 3할3리 24홈런 91타점 장타율 4할9푼3리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홈런과 타점 수는 지난해와 같았지만 안타, 볼넷, 출루율, 장타율은 작년을 뛰어넘었다.
오릭스와 2년 계약이 종료된 뒤 이대호 영입을 노리는 팀들의 물밑전쟁이 치열했다.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했지만 이대호는 결국 같은 퍼시픽리그의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택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와 2년 총액 9억엔(약 9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실제 계약은 이대호가 옵션을 행사하는 '2+1년'에 총액은 최대 20억엔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에서 뛸 수 있어 기쁘고, 설렌다"고 소프트뱅크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대호는 프로 생활 13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뛰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물론이고, 오릭스도 퍼시픽리그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검증된 4번 타자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에서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을지 기대된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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