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전력은 지난 29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3-14시즌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와 원정경기에서 0-3으로 졌다. 팀은 이날 패배로 4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승 10패를 기록하며 6위로 내려 앉았다. 최하위에 있는 신생팀 러시앤캐시(3승 12패)에게 승점 1 차이로 쫓기고 있다.
한국전력 선수단은 우리카드전이 끝난 다음날인 30일 강릉으로 갔다. 신영철 감독과 박노천 단장, 박병준 부단장을 비롯한 배구단 사무국 직원도 함께 했다. 정신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주장 하경민을 비롯한 선수들과 참석자 전원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리고 차가운 겨울바다에 몸을 담갔다.
한창 정규시즌이 치러지는 가운데 이런 행사를 가진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팀 부진을 벗어던지기 위한 충격요법이다. 신 감독은 이날 입수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마음으로 여기에 왔다"고 했다. 신 감독은 "나약한 정신과 패배의식 그리고 안일함을 버리자"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은 최근 연패 외에도 올 시즌 유독 5세트 접전에서 약했다. 1, 2세트를 먼저 따내거나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뒷심 부족으로 상대방에게 경기를 내준 경우가 많다.
하경민도 선수단을 대표해 "더 이상 팬과 구단을 실망시킬 순 없다"면서 "하나된 모습으로 앞으로 남아 있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있는 팬들에게 보답하자"고 각오를 밝혔다. 구단 역시 '새롭게! 승리를 향해!'라는 문구를 내걸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최고참 후인정부터 막내인 신인 전광인까지 선수들은 반바지만 입고 바다로 들어갔다.
한국전력은 오는 1월 2일 홈코트인 수원체육관에서 러시앤캐시를 만난다. 그러나 러시앤캐시는 만만치 않다. 한국전력은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3-2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당시 경기내용은 러시앤캐시가 앞섰다. 5세트 후반 범실이 연속해서 나오지 않았다면 러시앤캐시의 창단 첫 승 상대가 한국전력이 될 수도 있었다.
2라운드에선 러시앤캐시가 완승을 거뒀다. 당시 한국전력은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러시앤캐시에게 발목을 잡혔다. 연패의 시작이 됐다. 이 경기 후 한국전력은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새해를 맞아 치르는 첫 경기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시즌 중 선수단 삭발이나 팀 단체행동이 주는 효과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적은 없다. 하지만 올 시즌 러시앤캐시도 선수단 정신력 강화 차원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김세진 감독의 주도 아래 치른 행사였다. 또한 9연패를 당할 위기에서 선수들은 삭발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팀은 LIG 손해보험을 꺾으며 연패탈출에 성공했고 창단 첫 승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1위 팀 삼성화재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2010-11시즌 초반 삼성화재는 연패를 당하면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대표팀으로 출전했던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수석코치)이 무릎을 크게 다쳐 시즌 아웃됐고 손재홍(현 IBK 기업은행 코치)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리시브 라인이 흔들렸다.
당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부진한 팀 성적과 처진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산행을 나섰다. 한겨울 등산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때 '산행'을 계기로 삼성화재는 다시 상승세를 탔고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도 주장 고희진과 리베로 여오현(현 현대캐피탈) 그리고 레오(쿠바)가 머리를 박박 밀었던 적도 있다. 3라운드에서 LIG 손해보험에게 0-3으로 완패한 뒤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그랬다. 역시나 효과는 있었다. 다음 경기 상대였던 라이벌 현대캐피탈전에서 삼성화재는 3-0 완승을 거뒀고 이때부터 선두 독주 체제를 굳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전력 선수들의 삭발과 겨울바다 입수가 러시앤캐시전에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 안팎에서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며 "러시앤캐시전이 쉬운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1세트가 승부처가 될 걸로 본다"고 했다. 그는 "러시앤캐시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라 한 번 분위기나 흐름을 내주면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1세트를 먼저 따내는 게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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