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tvN 히트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명한 국장, 나영석 PD가 프로그램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배우 신구의 여유와 관록이 담긴 캐스팅 수락이 프로그램의 출발에 힘을 실었다.
21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이 열렸다. CJ E&M의 Mnet 신형관 상무와 tvN 이명한 국장, 나영석·김용범 PD, 이승기와 서경석이 참석했다.
지난 2013년 7월 첫 방송된 '꽃보다 할배'는 평균 나이 76세 노배우들의 유럽 여행기를 다뤘다. 배우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이 출연했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배우들이 브라운관 속 근엄한 모습을 깬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시청률은 고공행진했다. 그 인기는 '꽃보다 할배' 유럽편에 이은 대만편 방영, 여배우 윤여정·김자옥·김희애·이미연을 주인공으로 한 '꽃보다 누나'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나영석 PD는 KBS에서 CJ E&M으로 이적 후 '꽃보다 할배' 두 시즌과 '꽃보다 누나'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명실공히 '국민 PD'의 명성을 굳혔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기획 단계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영석 PD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예능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을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뚝심을 가지고 했을 거라고 예상했을 수 있는데 PD들도 흔들리곤 한다"며 "걱정들을 들으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헤쳐나가면서도 걱정이 없지 않다"고 알렸다. 이어 "'꽃보다 할배' 기획을 준비하며 이순재를 만나 취지를 말했고 이후 신구를 섭외하러 갔다"며 "연극 연습 중에 처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고 캐스팅 단계를 돌이켰다.
나 PD의 가슴에 확신을 심어준 것은 당시 신구의 한 마디였다. 그는 "섭외를 하러 가면 '이래서 좋은 거니 출연을 부탁드린다'고 PR을 해야 한다. 어르신을 만나는 자리니 굉장히 긴장하고 준비해 갔다"며 "설명을 길게 하려는데 말을 끊으시더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구는 나 PD에게 "무슨 말인지 알겠고, 당신이 하는 말은 나랑 (이)순재 형이랑 또 누구랑 누구랑 말년에 여행을 보내준다는 거잖아?"하고 되물었다. "맞습니다, 선생님" 하고 답한 나영석 PD에게 신구는 "고마워. 그런데 뭘 그렇게 설명을 길게 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면 우리는 너무 즐겁지. 당신들 덕분에 내가 순재 형과 50년 만에 여행을 가게 생겼네"라고 답했다. 화답은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나영석 PD는 "그 분이 한 말이 아직도 늘 기억이 난다"며 "그 때 길을 나서며 이 프로그램이 망하더라도, 잘 안되더라도 이 분들을 모시고 꼭 한 번 여행을 가야겠다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는 고민 없이 밀고 나갔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알렸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를 기획한 이명한 국장은 KBS 시절부터 나영석 PD와 '해피선데이-1박2일' 등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그는 시리즈 첫 기획 단계를 떠올리며 "연출자보다는 조금 편했다. 얼마나 좋은 기획인지에 앞서, 후배 나영석과 이우정 작가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저 친구들이 생각하는 방향이면 뭔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좋은 기획이어도 만든 사람 입장에선 확신이 설 수 없다. 흔들리는 포인트가 있다. 그런데 이순재, 신구를 만나고 온 나영석 PD가 '그 분들은 참 귀여우신 구석이 있어요'라고 말한 순간 감이 오더라"고 말했다.
이명한 국장은 "극 중에서 뵙는 그 분들의 이미지는 근엄하다. 그런데 나 PD가 이야기한 귀여운 구석들이 방송에서 잘 구현된다면 또 다른 느낌의 예능 콘텐츠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포인트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명한 국장과 나영석 PD 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일하는 후배 프로듀서들의 역량도 성공 요인이었다. 이 국장은 "'꽃보다 할배' 류의 프로그램들은 기획 자체가 100% 구현되지 않는다"며 "방대한 양을 찍어 편집하는 과정을 후배 PD들이 백업해야 한다"고 알렸다. 시청자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편집 방향에서도 성패가 갈릴 수 있는 것.
"'꽃보다' 시리즈 조연출들은 입사 2~3년차, 4~5년차 등 경력이 많지 않은 이들"이라고 말을 이어 간 이 국장은 "그 친구들이 연출자와 기획자의 의중을 100% 커버해 줬다. 후배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은 문화계 파워 리더들을 초청, 그들의 창조적 사고와 성공 비결을 들어보고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날 열린 포럼은 두 번째 행사로, 지난 2013년 첫 번째 포럼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드림웍스 최고경영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대담을 펼쳤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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