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마운드 전력이 한층 보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든든한 1, 2, 3 선발을 맡았던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송승준이 건재한데다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 좌완 장원준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장원준과 견줘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고 있는 '예비역' 투수가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배장호가 주인공이다.
배장호는 수원 유신고를 나와 지난 2006년 2차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 해 3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프로 2년차 시즌인 2007년 34경기에 출전, 4승 4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얼굴을 알렸다.
배장호는 중간계투진에서 나름 역할을 하긴 했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진 못했다. 2011시즌을 마치고 병역 의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배장호는 상무에서 중간뿐 아니라 선발로도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시즌 퓨처스(2군)리그에서 19경기에 출전해 2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105.1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도 나쁘지 않았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배장호는 지난 시즌 후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 참가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배장호는 마운드에서 열심히 공을 던졌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그런 그를 눈여겨봤다.
마무리훈련에 이어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장호는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공을 뿌린다. 그는 입대 전과 견줘 체격이 많이 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무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쓴 효과다. 그는 "체력과 함께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배장호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롯데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주형광 1군 불펜코치는 "공끝에 힘이 붙었다"며 "투구 밸런스도 예전과 견줘 나아졌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배장호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제대하고 팀에 와보니 전보다 확실히 투수진이 강해졌다"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배장호는 사이드암 투수다. 마무리훈련에서 그와 함께 '눈여겨 볼 투수'로 꼽힌 홍성민, 이재곤이 같은 투구 유형을 갖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 정대현과 김성배 등도 배장호와 같은 '잠수함 투수'다. 이런 쟁쟁한 선, 후배와 함께 겨뤄 살아남아야 한다.
배장호의 보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간계투와 선발 모두 뛰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쓰임새는 많을 전망이다. 그는 "구속을 높이기 위해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묵직한 볼끝에 스피드까지 장착하면 금상첨화다.
배장호는 "예전에는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면서 "그 때와 다르게 좀 더 와일드하고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지겠다. 팬들도 내게서 그런 이미지를 느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구질 하나를 집중적으로 다듬고 있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마무리훈련에서 배장호에게 "주무기 하나를 꼭 만들어라"는 조언을 했다.
그래서 배장호는 스플리터를 연습하고 있다. 그는 "확실하게 내 공으로 만들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까지 쉼 없이 달려온 배장호는 26일 휴식일을 맞아 캠프 근처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인 세도나를 찾았다.
주형광 코치와 모토니시 주루코치 그리고 일부 동료 투수들과 동행했다. 배장호는 "평상시 휴식일이라면 늦잠을 자기 마련인데 오히려 일찍 일어났지만 푹 잔 것 같다"며 "세도나에 와 보니 정말 좋은 기가 흐르는 것 같다. 그 기를 받아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짧은 휴식이 끝났다. 다시 반복되는 캠프 일정이 시작됐고 배장호도 공을 손에 쥐고 다시 투구판을 밟는다.
그는 "올 시즌 끝까지 1군 엔트리에 드는게 두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배장호는 더이상 젊은 기대주로 분류되진 않는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시기가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린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는 "런닝 훈련에서도 후배들에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배장호가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 마운드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선수도 좋고 팀도 좋은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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