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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웅 "대한항공 PO 진출 도움 되고파"


두 번째 찾아온 주전 기회 "놓치지 않겠다" 각오

[류한준기자]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5일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3위 우리카드와 승점 차를 없앴다. 승률과 세트 득실에서 밀려 4위에 머물렀지만 우리카드와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한항공이 이날 승리를 거두는 데는 32점을 올린 마이클 산체스(쿠바)의 공이 컸다. 여기에 마이클이 편하게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좋은 토스를 올려준 세터 강민웅의 도움도 있었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이런 강민웅을 보면 흐뭇하다. 불안하던 팀 전력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민웅 때문에 가슴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2일 치른 현대캐피탈전이다.

당시 강민웅은 1세트 7-7 상황에서 전위에 있었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퀵오픈 공격을 시도했고 강민웅은 이를 막기 위해 곽승석과 함께 블로킹을 떴다. 그러나 그 순간 문성민이 때린 공이 강민웅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오른쪽 눈에 공을 맞은 강민웅은 흐려진 시야 때문에 이날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고 대한항공도 0-3으로 졌다.

김 감독은 "(강)민웅이에게 교체 의사를 물어봤다. 그런데 민웅이가 괜찮다며 계속 뛰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민웅은 1세트를 교체 없이 뛰었다. 그렇지만 토스를 하는데 힘이 들었다. 강민웅은 2세트 초반 조재영과 교체됐고 3세트는 코트를 밟지 못했다.

김 감독은 "승패 여부를 떠나 선수보호가 먼저"라며 "부상을 당한 뒤 바로 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라고 했다. 다행히 강민웅의 눈에는 큰 이상이 없었고 사흘 뒤 우리카드전에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공에 맞아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강민웅은 왜 코트에서 계속 뛰기를 고집했을까. 이유는 있다. 삼성화재 유니폼을 벗고 대한항공으로 이적한 강민웅은 오랜만에 다시 주전 세터 역할을 맡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더이상 후회는 없다

본오중과 송림고를 나온 강민웅은 대학배구 명문교로 꼽히는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유광우(삼성화재), 한선수와 동기다. 고교시절 최고의 세터로 꼽히진 않았지만 강민웅은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쳤던 부분이 화가 됐다. 강민웅이 대학시절 경험한 배구는 중, 고교시절과 또 달랐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대로 경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강민웅은 당시를 '철이 없어도 정말 없던 시절'이라고 돌아봤다.

마음만 앞섰을 뿐 배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선수생활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배구공을 손에서 놓을 순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선수생활을 그대로 접을 수는 없었다. 강민웅은 방황을 접고 또래 선수들과 견줘 조금 늦은 시기지만 대학 4학년에 올라가면서 다시 운동을 열심히 했다. 팀에서도 졸업반인 그를 배려해줬다. 되도록 많은 시간 코트에 나서게 했다.

운명은 묘하게 흘러갔다. 강민웅은 당시 아마추어팀인 한국전력 입단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2007-0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화재가 강민웅을 수련선수로 선발했다. 강민웅은 "진로를 두고 고민을 했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코트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삼성화재를 선택했다.

강민웅은 "솔직히 후회도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드래프트에서 대학 최고의 세터로 꼽힌 유광우를 데려왔다. 기존 세터로는 베테랑인 최태웅(현대캐피탈)이 버티고 있었다.

팀 내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강민웅의 신인시절 출발은 꽤 괜찮았다. 함께 입단한 유광우가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민웅은 최태웅의 백업 역할을 맡았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최태웅이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강민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오는 듯 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유광우가 다시 돌아왔다. 강민웅은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오랜만에 다시 주전 세터로 뛰었다.

하지만 상무에 있을 때 뿐이었다. 전역 후 팀에 복귀했지만 주어진 역할은 여전히 보조 세터였다. 유광우를 뛰어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민웅은 "그래도 삼성화재 시절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수련선수였던 그는 정식계약을 맺었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더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전환점, 그리고 대한항공

생각도 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강민웅은 "트레이드 얘기를 들은 건 아마 외출을 하고 난 뒤 팀 숙소로 복귀한 날이었다"고 팀을 옮겨야 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지난 1월 16일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자기를 찾는다는 말을 듣고 감독실로 갔다. 그 자리에서 신 감독은 "대한항공으로 가게 됐다. 기회가 왔으니 잘 뛰어야 한다"고 트레이드 사실을 알렸다.

강민웅은 "섭섭한 마음보다 이적 결정이 난 그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군 입대로 대한항공이 세터 자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

강민웅은 곧바로 짐을 꾸려 함께 트레이드된 센터 전진용과 함께 대한항공 숙소로 갔다. 강민웅은 "솔직히 울진 않았다"며 "하지만 (전)진용이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는지 많이 울었다"고 했다. 삼성화재 동료들은 팀을 옮기는 강민웅을 숙소 정문까지 나와 배웅을 해줬다. 룸메이트였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던 지태환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강민웅은 "(지)태환이가 우는 걸 보니 나 또한 울컥하더라"고 했다. 입단 동기 유광우도 강민웅에게 힘을 내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대한항공에서는 황동일과 류윤식이 트레이드 카드로 삼성화재로 왔다. 황동일은 강민웅의 중학교 1년 후배이기도 하다. 강민웅은 "(황)동일이가 맞트레이드된 셈인데 그 사실이 신기했다"며 "어릴 적에는 동일이가 정말 대성할 선수라고 봤다. 프로에 온 뒤 그 동안 자리를 잘 못잡았는데 삼성화재에서 잘 적응하기를 바랐다"고 얘기했다.

후배 걱정을 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었다. 강민웅도 새 팀에서 적응을 해야 했다. 그는 "첫 훈련을 하는데 대한항공 선수들과 잘 맞았다"며 "아무래도 처음에는 서로가 잘 맞지 않기 마련인데 그 동안 계속 뛰었던 팀 같았다"고 새 소속팀과의 궁합을 전했다. 마이클, 신영수 등 공격수들 그리고 이영택, 신경수, 김형우, 진상헌 등 센터진과의 손발도 비교적 매끄럽게 맞아갔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이 바랐던 그림이다.

강민웅은 "목표는 대한항공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를 필요로 한 팀에 왔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강민웅은 1월 23일 LIG 손해보험을 상대로 대한항공 데뷔전을 치렀다. 그날 팀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대한항공은 상승세를 타며 3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강민웅 영입 이후 대한항공은 2승 2패를 기록했다. 100%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은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탄력을 받았다.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남아있는 정규시즌 경기에서 3위 팀과 승점차 3 이내를 유지할 경우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강민웅은 "플레이오프에 나간 뒤 삼성화재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강민웅이 대한항공 데뷔전을 치른 뒤 옛 동료들에게서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메시지가 왔다. 강민웅에 대한 격려와 함께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내용도 있었다. 대한항공은 2010-1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를 상대로 세 차례 연속해서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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