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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윤봉우 '서두르진 않겠다'


대한항공전 충돌 순간 '아찔' 다행히 큰 부상은 없어

[류한준기자] 현대캐피탈 센터 윤봉우는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경기 도중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3세트 8-6으로 현대캐피탈이 앞서고 있는 가운데 문성민이 서브를 넣었다. 대한항공 곽승석이 서브 리시브한 공을 세터 강민웅이 신영수에게 토스했고 이를 신영수가 오픈 공격으로 연결했다.

윤봉우는 신영수의 공격을 막기 위해 블로킹을 시도했다. 그런데 착지과정에서 두 선수의 무릎이 부딪혔다. 관성을 이기지 못한 신영수가 몸이 앞쪽으로 밀려나며 윤봉우와 충돌했다. 윤봉우는 고통을 호소하며 코트에 쓰러졌다.

김호철 감독을 비롯한 현대캐피탈 벤치에서는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 됐다. 윤봉우가 부상으로 낙마한다면 최민호 외에 마땅한 센터 전력이 없는 팀 사정상 큰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윤봉우는 다행히 의무 트레이너로부터 응급 처지를 받고 다시 코트 위에 섰다. 그는 교체 없이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현대캐피탈도 3-1로 대한항공을 꺾고 1위 삼성화재 추격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나 윤봉우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오른쪽 다리를 절며 라커룸에서 나왔다. 그는 "심하게 다친것 같지는 않은데 통증이 계속있다"면서 "상당히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교체를 요구할 법도 했지만 그는 왜 그러지 않았을까.

윤봉우는 "동료들이 모두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내가 빠질 순 없었다"고 했다. 앞서 상대한 LIG 손해보험과 경기에서도 윤봉우는 공격 후 착지하는 김요한과 부딪힌 적이 있다. 무릎과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다시 한 번 같은 부위에 충격을 받았다.

윤봉우는 최근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한다. 그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현대캐피탈에 입단하면서 방신봉, 하경민(이상 한국전력) 이선규(삼성화재)와 함께 뛰며 국내 최고의 센터로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윤봉우와 함께 블로킹을 시도하고 속공을 했던 세 선수는 팀에 없다. 그리고 윤봉우는 최태웅, 여오현, 권영민에 이어 팀 내에서 네 번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 됐다. 최민호를 비롯해 조근호, 안종문 등 후배 센터들의 멘토 역할도 해야 한다.

그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부진 원인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조급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고 했다. 항상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과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늘 우승권 전력으로 꼽혔지만 2006-07시즌 이후 세차례 삼성화재를 넘지 못했다. 최근 3시즌 동안에는 대한항공에 가로막혀 챔피언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우승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고 절실해졌다. 하지만 윤봉우는 "그 생각에 너무 붙잡혀 있다보면 경기를 그르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스스로 먼저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그는 "서두르거나 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며 "남은 경기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겠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이제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9일에는 삼성화재와 1위 자리를 놓고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한다. 윤봉우는 "경기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을 하다보니 코트에서 쓸데 없는 범실이 나오고 우리 실수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많아졌다"며 "이런 부분을 줄인다면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무릎에 통증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윤봉우는 다시 배구화 끈을 바짝 조이고 네트 앞에 서야한다. 배구선수 그리고 센터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세터의 토스를 받아 공격을 시도해 점수를 뽑아야 한다. 윤봉우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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