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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킬러' 김신욱, 자기 관리의 진수 보여줬다


포항과 개막전 결승골 "내가 나서 한 번도 지지 않아" 자신감

[이성필기자]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6)은 8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014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출전이 쉽지 않았다. 2월 26일 호주 시드니에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국내 복귀한 뒤 하루만 쉬고 바로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2일 그리스 아테네로 날아가 6일 그리스와 원정 평가전을 치른 김신욱은 7일 오전에 귀국했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장거리 이동과 시차 극복이라는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었던 상황에서 8일 K리그 공식 개막전이라는 짐까지 들어야 했다.

스스로는 교체 출전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선발로 나선 김신욱은 후반 결승골을 넣으며 울산의 1-0 승리를 이끌어냈다. 시즌 초반이라지만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힘든 일정이다.

게다가 오는 1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달 말까지 사나흘 간격으로 숨돌릴 틈 없는 경기 일정이 계속되기 때문에 시즌 초반 얼마나 숨을 고르며 가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김신욱은 잘 버텼다. 오히려 자신감까지 넘쳤다. 특히 포항이라는 라이벌을 상대로 더 힘을 냈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후반 37분 골키퍼에 맞고 나온 볼을 놓치지 않고 골망을 흔들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김신욱은 "지난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에 패하지 않았다면 뛸 일이 없었겠지만 동해안 더비 등 울산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라 이를 악물고 뛰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왕도 놓치고 추가시간 포항의 김원일에게 골을 내주며 우승까지 날려버렸던 기억이 이날 개막전의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자신이 넘쳤던 김신욱이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스스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난 뒤 살피니 눈이 충혈이 되어 있어 후반 10~20분께 빼려고 했다"라며 풀타임 소화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믿는 구석은 김신욱이 포항에 강하다는 점이었다. 김신욱은 2009년 프로 데뷔 후 포항전에 12경기 출전했다. 재미있게도 김신욱이 뛴 경기 결과는 7승4무1패였다. 2011년 4월 23일 0-2로 패한 것이 유일한 포항전 패배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2골 2도움으로 공격포인트는 많지 않았지만 김신욱이 뜨면 적어도 포항에 지지는 않았다.

그런 때문인지 김신욱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중요한 사실은 지난 2년 간은 내가 나서면 포항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김신욱이 나선 경기에서 울산은 2년이 아니라 2년 5개월 동안 포항에 지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은 김신욱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김신욱의 힘이 증명된 것은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였다. 수비수를 옆에 두고 포항 진영으로 치고 달리다 강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오른쪽 포스트 중간에 맞고 나왔지만 위력적이었다. 경기 막판이었고 196㎝의 장신이라 스피드를 내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유연성 강화 훈련 등을 하며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해 얻은 결과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김신욱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김신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격수"라며 칭찬의 수식어를 던진 뒤 "계속해서 한 선수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다"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를 호령했던 한국 최고의 공격수인 황 감독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정도로 김신욱은 계속 진화중이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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