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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없는 살림에 기댈 곳은 '심리적 무장'뿐


킬러-베테랑 부재 극복이 과제, 황선홍 감독 "내가 선수 믿어야"

[이성필기자] 또 다시 고민의 나날을 시작한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다.

포항은 지난달 25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으로 시즌을 열었고, 8일 울산 현대와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치렀다. 두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와 0-1 패배였다.

세레소와 울산전까지는 11일의 기간이 있었다. 그래도 '스틸타카'로 무장한 포항의 경기력은 일관됐다. 수비에서부터 미드필드를 거쳐 공격까지 짧은 패스로 밀고 올라가는 과정은 K리그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알려줬다.

하지만, 두 경기를 통해 포항은 명확한 문제점을 보여줬다. 팽팽한 흐름에서 경기를 반전시켜 줄 수 있는 킬러와 경험 많은 노장의 부재로 결정력이 떨어짐을 확인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포항은 올 시즌 박성호(요코하마), 노병준(대구FC) 등 경험 많은 노장급 공격수들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포항이 더블(정규리그, FA컵 우승)로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득점을 해내는 등 경기 흐름을 잘 알고 팀을 이끌었다.

영입 자금이 부족해 마땅한 외국인 공격수를 2년 연속 선발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포항은 매번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 악화로 지원금이 줄었다는 말만 만복하고 있을 뿐이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라는 점에서 황선홍 감독이 안고 가야하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황 감독도 팀의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그런 부분(공격수와 베테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얼마만큼 해소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숙제고 계속 고민을 해야한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황 감독을 보좌하는 강철 수석코치는 "재료가 (지난해와) 똑같은데 얼마나 더 맛있는 요리가 나오겠느냐. 이것저것 더 좋은 재료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포항은 34명의 선수단으로 시즌을 끌어간다. 물론 공격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경기를 읽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세레소전 동점골을 넣은 배천석에 대해 강철 코치는 "아직 더 해봐야 한다. 경험도 키워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부족한 선수를 가지고 시즌을 보내야 하는 포항은 난국 타계책으로 '멀티플레이'를 내세웠다. 특정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혼란을 초래해 경기력이 깨질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황 감독도 이 부분을 가장 걱정했지만 딱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난해의 더블 우승 성과로 상대의 견제가 더욱 심해졌다는 점도 포항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K리그 다른 팀의 한 코치는 "포항과 경기를 할 때는 압박과 촘촘한 수비를 하면 최소 무승부는 보장된다. 더 괴롭히려면 중간에 패스를 자르면 된다. 제로톱 자체가 약점이지 않느냐"라고 포항의 약점을 냉철하게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항 구단은 이날 개막전을 앞두고 트레블(K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달성하자며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는 등 선수단 사정과는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여줬다. 황 감독에게는 그야말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행사였다.

팀이 어렵지만 황 감독은 선수들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내가 선수들을 믿고 그들이 자신과 동료들을 믿으면 어느 팀과 만나도 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없는 살림에서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결국 심리적으로 단단히 무장하는 것뿐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에너자이저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포항이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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