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출발은 좋았다. 최강 외국인선수 삼성화재 레오(쿠바)와 맞대결에서 현대캐피탈 아가메즈(콜롬비아)는 밀리지 않았다. 접전 끝에 1세트 막판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문성민이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첫 세트를 먼저 따냈다.
9일 열린 '1위 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1세트 승리를 거두자 천안 유관순체육관에 모인 홈팬들은 큰 함성을 질렀다. 현대캐피탈이 기선은 제압했으나 전혀 바라지 않던 결과가 나왔다. 현대캐피탈은 이후 세 세트를 내리 내줬고, 삼성화재는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현대캐피탈은 우승을 놓친 아쉬운 마음보다 자존심이 더 상했다. 안방에서 삼성화재의 우승 세리머니 장면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 자리를 삼성화재에게 내주면서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됐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지난 2009-10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삼성화재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게 된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삼성화재전이 끝난 뒤 "플레이오프 준비를 하고 챔피언전에서 다시 만나면 더 잘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이 이날 패배를 되갚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 김 감독을 비롯한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분명히 알고 있다. 바로 범실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21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15개로 현대캐피탈과 견줘 적었다. 현대캐피탈은 4세트 막판 어이없는 실수가 겹치면서 한 번에 무너졌다. 승부처였던 2세트도 후반 흐름은 현대캐피탈이 가져왔지만 상대 추격에 흔들렸다. 김 감독도 "방심하고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경기가 뒤집어졌다"면서 "중요한 부분에서 범실이 많이 나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해결사' 노릇을 하는 아가메즈는 이날 29점에 공격성공률 54.72%를 기록했다. 49점에 공격성공률 66.22%를 나타낸 레오와 견줘 기록면에서는 떨어졌지만 아가메즈가 못한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가메즈는 범실을 11개나 범해 7개의 레오보다 많았다. 특히 4세트 막판 연달아 나온 공격 범실이 뼈아팠다.
현대캐피탈은 결정적인 경기에서 또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있었다. 문성민이 18점, 공격성공률 72.73%로 회복세를 보였다. 최민호와 윤봉우 두 센터도 11점에 블로킹 5개를 합작했다. 장점도 분명히 갖고 있는 현대캐피탈이다. 또한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2승을 거둔 경험도 있다. 챔피언전에서 다시 만난다면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는 의미다.
아킬레스건은 역시 범실이다. 현대캐피탈은 10일 현재까지 모두 642개의 범실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화재(552개)와 견줘 범실이 훨씬 많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대한항공(637개)이나 우리카드(507개)와도 차이가 있다.
김호철 감독은 "우리카드와 치르는 정규시즌 최종전(3월 15일)을 제외하고 2주 동안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현대캐피탈의 최우선 과제는 역시나 범실 줄이기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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